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일상은 돌아왔는데… 초미세먼지와 비염도 돌아왔네[김예윤의 위기의 푸른 점]

입력 | 2023-06-22 10:00:00


1990년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보이저 2호가 해왕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사진을 보고 말했습니다. “저 창백하게 빛나는 푸른 점은 우리가 우주 속 특별한 존재라는 오만과 착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를 구해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없다.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인류의 모든 역사, 우리의 모든 기쁨과 슬픔이 이 점 속에서 존재해왔습니다. 이 코너명은 위기에 처한 푸른 점인 지구를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푸른 점이 영영 빛을 잃기 전에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휩쓴 동안, 사람들이 ‘그나마 좋은 것’으로 꼽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입니다.

지난 2020년과 2021년 초미세먼지 농도가 2015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을 포함해 세계의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는 등 인간의 활동이 ‘일시 정지’ 된 영향입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슬금슬금 돌아온 미세먼지와 함께 다시 찾아온 불청객이 있습니다.

뉴스1



● 코로나19 동안 비염-천식 등 36% 감소
“잠깐 좋아지는 것 같았는데… 다시 시작이네요.”

어릴 때부터 비염을 달고 산 직장인 이모 씨(36·서울 영등포구)는 최근 팬데믹 동안 끊었던 알레르기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습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봄이면 하루에도 수십 번 재채기에 흐르는 콧물로 휴지를 달고 다녔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확실히 재채기 횟수가 줄어든 듯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한 지난해, 비염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최근 일상회복과 함께 이 씨와 같이 ‘환경성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성 질환이란 미세먼지나 황사와 같이 환경오염 물질의 영향을 받는 질병을 이르는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앓는 비염을 비롯해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등이 3대 질환으로 꼽힙니다.

이 환경성질환 환자수가 코로나19기간 동안 감소했다가 코로나19가 사그러들기 시작한 지난해 다시 급격히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위: 명,  자료: 환경보건종합정보시스템

환경부 환경보건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3대 환경성질환 총 환자수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7년 899만6262명, 2018년 998만5259명, 2019년 987만9118명이었습니다. 해에 따라 다소 늘어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인데요.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환경성 질환 환자수는 788만2617명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전년 대비 20.2% 감소한 숫자입니다.

다음 해인 2021년 역시 626만2364명으로 전년 대비 20.6%로 연이어 감소했습니다. 2021년과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36.6%나 줄어든 것입니다.

특히 비염과 천식 등 미세먼지와 황사 등 대기 오염물질의 영향을 크게 받는 호흡기 질환 등에서 환자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비염 환자수는 490만118명으로 2019년(744만584명) 대비 34.1% 감소했습니다. 천식은 44만5612명으로 2019년(143만7209명)에 비해 무려 69%나 줄어들었습니다.


● 환경성질환 다시 부른 건…
그러나 환경성 질환 환자수는 줄어든 건 2021년까지였습니다.

지난해 3대 환경성 질환 환자수는 2년간의 감소세에서 반등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822만8558명, 2021년 대비 31.4% 증가했습니다. 2017~2018년 수준으로 돌아간 겁니다.
무엇이 다시 콧물과 재채기, 숨쉬기 어려운 호흡곤란을 불러온 것일까요.

여기, 2019~2022년 환경성 질환 환자수 추이와 꼭 같은 모양의 그래프가 있습니다.

자료: 환경부

바로 같은 기간 연도별 계절관리기간(매해 12월~다음해 3월) 동안 전국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그래프입니다.

초미세먼지는 2019년 12월~2020년 3월 이후부터 2020, 2021년까지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대부분 해제되고 공장이 가동되는 등 세계가 일상을 되찾은 2022년을 거치며 다시 증가했습니다.

지난달 환경부는 지난해 12월~올해 3월 초미세먼지 평균농도가 전년 대비 6% 증가했으다고 밝히며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 배출량 및 유입량이 늘어나고 기상 상황이 불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에서 불어온 황사 영향으로 수도권지역에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지난달 22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화성 서장대에서 바라본 수원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비염, 천식 등의 환경성 질환이 미세먼지나 황사같은 대기 오염물질 증감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질병으로 분석합니다.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심재정·최주환 교수팀이 내놓은 ‘미세먼지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악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 발생 3일 후 호흡기 및 알레르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7% 증가했습니다. 입원을 할 정도로 증세가 심한 환자는 무려 49%나 증가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굳이 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23년 올해는 미세먼지뿐 아니라 황사도 전년보다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서울 기준으로 올해 6월까지 황사 일수는 벌써 19일로 지난 2022년 1년간 5일, 2021년 14일과 비교해 크게 늘었습니다. 중국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 등에서 발생하는 모래바람은 기후 위기로 인해 사막의 기온이 더 오르고 건조해지면 더 세차게 불어올 수 있습니다.

내년 환경성질환 환자 수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