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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미달 5배 급증에 공교육 시험 늘려…“오히려 사교육 늘 것” 우려도

입력 | 2023-06-21 21:24:00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06.21.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공교육이 붕괴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력 저하와 학생 간 양극화, 중위권 학생들의 가파른 성적 하락,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증가 등이 그 지표다. 중3 국어, 영어, 수학 기초학력 미달 평균 비율은 2012년 2.2%에서 지난해 11.1%로 5배나 뛰었다. 그사이 지난해 사교육비는 총 26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가 21일 공교육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위기감 때문이다.





● “자는 학생 깨우기도 포기” 공교육 실태
경기 A 일반고 교사는 “학업 수준이 너무 다른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것도 요즘에는 포기했다”고 말했다. 공교육이 경쟁력을 잃는 사이 사교육이 세를 불렸다.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한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 간의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서울 강남에서 중3 자녀를 키우는 이모 씨는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하지 말라’고 했지만, 요즘은 ‘학원 숙제를 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수면 시간을 너무 줄이지는 말라’는 공지를 한다”고 전했다.

공교육의 역할도 점점 축소됐다. 흔히 ‘일제고사’라고 불리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2016년까지 중3, 고2 모든 학생이 치렀지만 문재인 정부인 2017년부터는 3%만 치르는 표집평가로 축소됐다. 그러자 학생, 학부모들은 사설 학원 모의고사에 몰렸다.

이는 지역 간 학력 격차로도 이어졌다. 최근 4년 동안 서울대와 전국 의대에 정시모집으로 입학한 학생 5명 중 1명 이상은 소위 ‘사교육 특구’라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출신이었다. 과거에는 지역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상위권 대학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는 ‘명문 일반고’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과학고, 영재고 등 특목고가 명문대 합격자를 독식하고 있다.





● 교육부 “평가 강화하고 선택권 확대”
이날 정부는 지난해 처음 도입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응시 대상을 초3부터 고2까지로 확대하고, 특히 내년부터 초3과 중1은 모두 응시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학력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국어고 존치를 통해 학생의 고교 선택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상위권 학생들이 충분히 기회를 발휘할 여건을 없애지 않겠다는 뜻. 또한 시도교육청이 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자율형공립고 2.0’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획일화된 교육 과정을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 과정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교원 역량 강화 대책도 내놨다. 교육부는 수업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받는 교사는 인사, 보수, 연수 등에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4곳인 공립 온라인 학교는 2025년까지 17곳으로 확대된다.





● 교육계 “재탕… 사교육 오히려 늘 것” 우려도
교육계에서는 발표 상당수가 기존에 나왔던 재탕 정책이며, 되레 사교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 고양시에서 초4 자녀를 키우는 김모 씨는 “시험이 늘어나면 학원에 ‘평가 대비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입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교 수업이 파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서울 C고 교사는 “지금도 고3은 수능 준비하느라 자습, EBS 문제풀이로 수업 시간을 채운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고2부터 자신이 선택한 과목은 공부하지 않고 수능 준비만 하는 광경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고교의 69.3%를 차지하는 일반고에 대한 대책이 전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취도 평가 확대를 놓고서는 이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교육부가 자칫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