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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총리 “초5 영어학원 강의보고 놀라… 저도 문제 못풀겠더라”

입력 | 2023-06-21 21:50:00

한덕수 국무총리.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수능과 모의고사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감사를 두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으면 책임져야 하는 게 복무 감사”라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평가원 뿐 아니라 교육부를 상대로도 감사에 나섰다. 국무조정실은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가 올 6월 수능 모의고사에 반영되지 않은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평가원에 대한 복무 감사 목적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윤 대통령께서 교육부 총리께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말라는 방침을) 명확하게 지시하신 것 같은데 잘 지켜지지 않은 경위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킬러문항 배제 방침’에 대해 “정상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전혀 다른 곳에서 날아온 문제를 푸느라 난리 법석을 떨고 학원에 가고 이런 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며 “윤 대통령께서도 오래 전부터 그런 말씀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6월 모의 평가에는 이런 내용이 잘 반영이 안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사촌의 손자손녀들의 영어학원 강의 영상을 직접 봤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초등학교 5학년이 듣는 영어학원 강의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저도 문제를 못풀겠더라”고도 했다. 이어 “다른 곳에 가면 집을 살 수도 있는 돈을 대치동 아파트 전세에 투입하고, 거기 살면서 아이들 학원을 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 관료 출신인 한 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2012년에 걸쳐 주미 대사를 지냈다.

한 총리는 수험생에게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개념 등을 통해 은행의 재무상태를 평가하도록 한 2020년도 수능 국어영역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건 정말 안 맞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출제한 분들은 ‘국어니까, 읽고 계산해서 알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변명 같다”고 했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이달 20일부터 교육부에서 수능 및 6월 모의고사 출제와 관련된 부서를 상대로 현장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공교육에서 다룬 내용을 출제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이번 6월 모의고사에 반영되지 않은 경위를 확인하려면 평가원 뿐 아니라 교육부도 감사 대상”이라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