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 ‘영원, 낭만, 꽃’展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 태피스트리 ‘첫 외출’ 해남 대흥사 관음보살도 등 11월 5일까지 다양한 꽃 작품 전시
아기가 신는 타래버선과 꽃신에서 풍요를 기원하던 화조도, 태양왕의 권위를 뽐내는 태피스트리와 삶의 덧없음을 나타낸 사진까지. 탐스럽고 아름답지만 언젠가는 시들어 없어지기에 더 매력적인 꽃은 예술에서 다양한 도상으로 활용되어 왔다.
흔히 ‘꽃 그림’이라고 하면 시장에서 쉽게 팔기 위한 상투적인 도상이라는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그만큼 눈길을 끌고 사랑을 받는 게 꽃이다. 전남 지역 문화재부터 프랑스의 가장 화려한 시절 태피스트리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꽃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영원, 낭만, 꽃’이 전남 광양시 전남도립미술관에서 20일 개막했다.
● 루이 14세 찬양한 태피스트리
루이 14세 시대 궁정화가 샤를 르브룅의 회화 연작 ‘사계’ 중 ‘봄’을 원작으로 고블랭 공방에서 만든 대형 태피스트리. 아레스와 아프로디테, 꽃을 화려하고 정밀하게 묘사했다. 높이 3m, 폭 4m가 넘으며 루이 14세 왕좌 뒤에 걸려 있었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여기에는 루이 14세 시대 궁정화가인 샤를 르브룅의 회화를 원작으로 한 태피스트리 ‘봄’도 포함됐다. 아레스와 아프로디테가 등장하는 신화 속 이야기를 모티프로 악기와 꽃의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아르노 드니 모빌리에 나시오날 컬렉션 담당자는 “당시 베르사유궁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빛이 닿는 부분은 금사로 표현한 아주 화려한 작품”이라며 “각 소재마다 전문 장인들이 협업해 수년에 걸쳐 제작된다”고 했다.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의 원화와 태피스트리, 모네의 ‘수련’을 원작으로 한 태피스트리도 선보인다.
● 해남 대흥사 초의선사 불화 첫 외출
초의선사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19세기 불화 ‘십일면천수관음보살도’. 관음보살이 연꽃으로 만든 연화대좌 위에 서 있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그중 전시의 초입을 장식하는 것은 연꽃을 모티프로 한 전남 해남 대흥사의 소장품인 ‘십일면천수관음보살도’와 ‘준제관음보살도’다. 두 작품은 시서화와 다도에 능했으며, 소치 허련의 스승이었던 초의선사가 그린 것으로 전한다. 두 작품에서 연꽃은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청정한 꽃을 피워 모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불성을 의미한다. 대흥사 밖에서 두 불화가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양=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