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올 들어 부동산 가격 하락 폭 축소 등에 가계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하면서 한국 금융시스템이 더 취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과 자영업자, 저소득·저신용의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및 연체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부실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취약성지수 상승, “취약 차주 40%는 연소득보다 못 갚은 빚이 더 많아”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1∼3월) 7개 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48.1로 집계됐다. 2021년 2분기(4∼6월) 59.4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4분기(10∼12월) 46.0까지 내려왔던 FVI가 다시 오른 것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4월 2조3000억 원, 5월 4조2000억 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 올해 2분기 FVI가 더 높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소득 개선은 더딘 반면에 부채 규모는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6% 증가했다. 이는 2019년 말(684조9000억 원)보다는 50.9% 불어난 규모다. 한은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더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분석 결과 자영업자대출의 연체위험률은 올해 말 3.1%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나아가 이 중 취약 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된다.
● “약 9만 가구가 전세금 반환 어려움 겪을 수 있어”
올해 임대가구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은 24조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총 116만7000가구인 임대가구의 대다수는 보유 금융자산과 추가 차입 등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차입 후에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가구의 비중을 약 4.1∼7.6%로 진단했다. 최대 8만8700가구에 달한다.
한은은 “주택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 증대, 미분양 주택 물량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부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