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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앤캐시 철수에 대부업 찬바람… “급전창구 막혀”

입력 | 2023-06-22 03:00:00

자금 조달비용 올라 대출마진 급감
러시앤캐시 6개월 앞당겨 연말 철수
대부업 69곳 신규대출 1년새 82%↓
“소액 대출 최고금리 탄력 적용을”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예정보다 6개월 이른 올 연말 사업을 철수하기로 하면서 대부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금리 여파에 제도권 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가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어 저신용자 대출이 더욱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러시앤캐시를 보유한 OK금융그룹은 연말까지 대부업을 철수하기로 하고 OK저축은행에 자산과 부채를 넘기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OK금융은 2014년 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이해상충 방지 등을 위해 러시앤캐시를 시장에서 철수시키기로 금융당국과 약속했다. 철수 시기는 당초 내년 6월 말 예정이었으나 최근 올 연말로 시기가 앞당겨졌다.

러시앤캐시의 조기 철수 결정은 최근 대부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고금리가 지속되며 자금 조달 비용이 급상승한 가운데 법정 최고금리는 20%에 막히면서 대부업계의 대출 마진이 크게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들은 신용 대출을 꺼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담보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 역시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올 2월 말까지 신규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OK금융 관계자는 “조기 철수는 당국과 약속한 바에 따르는 것이지만 최근 대부업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업체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급전을 융통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1분기(1∼3월) 1조1344억 원이었던 대부업 69개사의 신규 대출액은 3분기 9189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올 1분기에는 2052억 원으로 더 급격하게 줄었다. 이에 따라 대부업 이용자 수도 2020년 말 138만9000명에서 지난해 6월 말 106만4000명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그렇다고 러시앤캐시의 대출 고객을 다른 대부업계가 흡수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 이용자들은 대손 비용이 높고 부실 가능성이 큰 고객이라 다른 업체들이 이들의 대출 수요를 흡수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대부업계 전체가 위축되면서 저신용자 대출이 점점 더 어렵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부업의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지면 취약계층은 고스란히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위험이 높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를 초과하는 금리를 받는 등 이자제한법을 위반한 사건은 330건 발생해 1년 전(306건)보다 늘었다. 불법 추심 피해도 557건으로 1년 전(384건)보다 45%나 증가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최고금리가 점점 내려오면서 러시앤캐시가 조기 철수하는 등 대부업체가 영업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저신용자의 급전 대출 창구가 막히지 않도록 소액, 단기, 생계비 목적의 대출에 대해 법정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20%에 묶여 있는 최고금리 규제를 융통성 있게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업계에 활로를 열어주기보다는 사회 안전망 강화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환 능력이 낮은 저신용자들이 고금리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도록 해야 하는지는 고민이 필요한 문제”라며 “금융보다는 안전망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