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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쏟아지고 발 아파도… 함께라서 해낼 수 있었어요”

입력 | 2023-06-22 03:00:00

월드비전 ‘꿈꾸는아이들’ 국토대장정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만에 개최… DMZ ‘평화누리길’ 등 60km 완주
한부모 가정 등 청소년 244명 참여… “한계 뛰어넘었다는 생각에 뿌듯”




‘제5회 꿈꾸는아이들 HO! 국토대장정’ 4일 차였던 8일 강원 철원군을 지나던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는데, 함께 걷다 보니 저절로 다리가 움직였어요. ‘같이의 가치’가 뭔지 알겠더라고요.”

‘2023 제5회 월드비전 꿈꾸는아이들 HO!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김민주(가명·15) 양은 9일 경기 연천공설운동장부터 강원 철원군을 지나 서울 여의도공원까지 이어지는 60km 코스를 완주했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의 꿈지원사업 일환인 ‘꿈꾸는아이들 국토대장정’은 아동,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선열에 대한 감사를 전하고, 평화를 기리는 의미로 비무장지대(DMZ) 접경 지역인 경기 김포시, 연천군 등을 잇는 ‘평화누리길’ 코스를 걸었다. 이번 국토대장정에는 월드비전 등록 청소년을 비롯해 전국의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등 15세 소외계층 청소년 244명이 모였다.

●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길
이번 행사는 5∼7일 대장정에 참여한 1기(115명)와 7∼9일 참여한 2기(129명)로 나뉘어 진행됐다. 1기 참가자들은 김포함상공원부터 철원군을 지나 연천공설운동장까지, 2기 참가자들은 연천공설운동장부터 철원군을 지나 여의도공원까지 걸었다.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이 길은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김 양은 다문화센터 교사의 권유로 대장정에 참가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3년간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김 양의 꿈은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님이다.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김 양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다른 외모로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태권도를 배운 뒤부터 성격이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체력도 무척 좋아졌다.

운동으로 체력이 다져진 김 양에게도 국토대장정은 어려운 과제였다. 비오듯 땀을 흘렸고, 발바닥이 부서질 듯 아파 와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양은 더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선두에서 친구들을 이끌며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 양은 “국토대장정을 완주하고 나니 태권도로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국토대장정에 참가한 한부모 가정 이예진(가명·15) 양은 쌍둥이 동생 이서진(가명·15) 양과 함께 참여했다. 예진 양의 꿈은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의사다. 예진 양은 체력과 마음이 약한 편이라 이번 기회를 통해 성장하고 싶어 참가했다. 그는 “ 꿈이 의사이다 보니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챙기고 보살펴주고 싶었다”며 “그저 걷기만 해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우릴 키우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동생 서진 양도 “친구들과 연천과 철원의 역사적인 장소를 걸으면서 나를 알게 됐고, 뜨거운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이번 국토대장정의 슬로건은 기적과 불굴의 의지, 희망을 뜻하는 말인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이었다. 대장정에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굳건한 마음만 있다면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뜻의 ‘중꺾마’는 큰 울림을 주는 단어였다. 이제 15세에 불과한 참가자들이 60km 대장정을 완주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무더운 날씨에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가 올라와 숨이 막혔다. 때때로 갑작스러운 소나기까지 쏟아져 우비에 의지해 걷기도 했다. 그러나 친구들과 서로를 다독이고, 가방을 들어주며 힘차게 한 발짝씩 내디뎠다.

9일 연천∼철원∼서울로 이어지는 60km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244명의 청소년은 단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국토대장정 코스를 완주했다. 완주 후 열린 해단식에서는 모두들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참가자 김하윤(가명·15) 양은 “발바닥이 아파서 혼자 걷지 못할 것 같을 때는 솔직히 여기(국토대장정) 온 것을 후회했지만, 지금 이 순간도 이겨내지 못하면 나중에 살아가며 더 힘든 순간이 왔을 때 이겨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며 “완주했을 때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에 색다른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은 “앞으로 아이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때 만나는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국토대장정의 경험을 살려 모두 이겨낼 수 있고, 완주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5∼9일 열린 월드비전 ‘꿈꾸는아이들 국토대장정’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4년 만에 재개됐다. 총 1568명의 참가 대원이 2014년 첫 행사 이래 걸었던 국토대장정의 누적 거리는 434km에 달한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