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38개 단체 외부감사 결과 입수 용역사업 결과물도 제출 안하고 집 주변 음식점-주유소서 펑펑
대형 노조인 A단체는 지난해 ‘노동자 법률구조 상담사업’을 한다며 정부 노동단체 지원사업에 응모해 14억77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을 쓸 때는 해당 사업과 관련성을 입증하는 카드 전표, 송금 내역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올 4월까지 진행된 외부 감사 결과, 이 단체는 지난해 9월 26일 이후 100차례에 걸쳐 총 6억여 원의 돈을 지출했음에도 관련 증빙 서류를 단 한 건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동아일보는 지난해 고용노동부의 ‘합리적 노사관계 지원사업’(노동단체 지원사업)에 응모한 노동단체 38곳, 51개 사업의 외부 감사 결과를 입수해 살펴봤다. 그 결과, 보조금을 어디다 썼는지 알 수 없을 만큼 회계 관리가 허술하거나 도덕적 해이로 방만하게 운영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노사상생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1000만 원을 받아간 B단체는 지출 증빙은 물론이고 용역연구 결과물도 제출하지 않았다. 사업계획서대로 보조금을 집행했는지 아예 확인이 불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C단체는 애초 계획서에 냈던 사업 기간이 끝난 뒤 보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 단체 간부들에게 별다른 근거 없이 인건비를 배분하거나, 증빙자료의 금액과 실제 지출금액이 다른 경우, 사업과 무관한 직원 4대 보험료와 관리비, 임차료를 보조금에서 지출한 경우처럼 허술한 회계관리로 인해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었다.
한 회계 전문가는 “국민 세금을 쓰는데 그 증빙이나 절차가 구멍가게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보조금을 부정 사용한 단체도 문제지만, 이 정도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방치한 정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회계 전문가는 “국민 세금을 정부는 본인 쌈짓돈처럼 나눠주고, 또 그걸 노동단체가 쓴 것 같다”고 했다.
고용부는 외부 감사 결과, 보조금 부정이 확인된 단체에 소명을 요구한 상태다. 조만간 소명 결과를 종합해 최종 환수금액을 각 단체별로 통보하고, 일부 단체에는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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