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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문항 배제’에 대치동 술렁…‘준킬러 문항’ 대비 모드로

입력 | 2023-06-22 05:48:00

대형 재수학원 입시설명회 학부모로 북새통
수험생 “어떻게 수능 대비하라는 건지 막막”
학원가 “남은 기간 준킬러문항 대비가 목표”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문제) 배제’ 발언이 ‘이권 카르텔’ 논란으로까지 번지며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원가도 뒤숭숭한 모습이다.

뉴시스가 지난 21일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둘러본 결과, 불안감에 휩싸인 학생과 학부모들로 학원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날 오후 2시 입시설명회를 진행한 한 학원의 경우, 안내데스크가 있는 층은 설명회를 듣거나 자료를 받으러 온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설명회 자료를 옆구리에 낀 학부모들은 빠른 걸음으로 건물을 들락날락했다.

매시 50분에서 정각 사이, ‘현강’(현장 강의)을 들으러 온 수십 명의 학생들이 학원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저녁 식사 전, 그나마 긴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 오후 6시께엔 바깥 공기를 쐬러 나온 학생들이 학원 앞 인도를 가득 메웠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능의 ‘길라잡이’가 됐던 6월 모의고사 이후 나온 발언이라, 당장 5개월 앞으로 닥친 수능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감을 못 잡겠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유태현(19)군은 “6월과 9월, 두 번 평가원 시험을 보는데 그 중 한번을 이미 치른 상태에서 시스템을 바꾸면 학생들은 뭘 보고 수능 대비를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며 “9월 모의고사도 수능과 문제 형식이 완전히 같진 않다 보니 올해 수능은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대치동에 있는 대형 재수학원을 다니는 임화연(20)양도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 변별은 어떻게 하는 건지, 아예 ebs를 다 외워야 하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수능은 ‘멘탈 싸움’이라고 들었는데 원래 있던 틀이 깨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심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학원가는 혼란스러워하는 학생들을 다독이는 동시에 준킬러 문항 대비에 집중하고 있다.

임양과 같은 학원에 다니는 이하은(20)양은 “제가 다니던 학원에서는 이미 자체 콘텐츠팀이 개발한 모의고사를 통해 킬러·준킬러 문항에 대해 준비를 시켜줬다”면서도 “불안해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으니, 학원에선 ‘큰 방향성은 달라지는 게 없으니 하던 대로 하자’ 저희를 안심시켜 준다”고 전했다.

한 입시학원 대표는 “남은 5개월간 준킬러 문항을 집중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명확한 목표”라고 했다. 그는 “준킬러 문항으로 1·2·3등급을 구분하는 변별력이 생길 텐데 그걸 안 해주면 사교육의 역할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킬러문항 문제와 함께 조명되는 사설 모의고사 시장은 사교육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신소영 사교육없는세상 정책팀장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최근 화제가 돼서 그렇지 사설 모의고사는 2010년대 중반부터 계속 확대가 되고 있던 시장”이라며 “대형학원에서 현강(현장강의) 학생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유통을 해왔고, 중소형 학원들은 그걸 받아 재유통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다. 여전히 한 문항당 수백만원에 거래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질적 문제가 아니라 변질된 현상의 일종이고 그게 조명이 된 것뿐”이라며 “희생양 찾기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