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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강도살인’ 이승만 “현금차량 탈취 이정학과 함께 계획”

입력 | 2023-06-22 14:11:00

이승만 백 경사 살해 제보하며, 현금수송차량 사건도 자백
공대 출신 이승만·이정학 범행 위해 열쇠 복사, 50번의 실험도




전북경찰이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정학(51)을 지목했다. 사건이 발생한지 21년만, 정식 재수사에 착수한지 114일만에 나온 결과다.

전북경찰청은 이승만의 편지제보 이후 ‘백 경사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십번의 교도소 접견조사 등을 벌였다.

전담수사팀이 얻은 성과는 21년전 사건인 ‘백 경사 피살사건’ 뿐만이 아니다. 제보자 이승만과의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해 ‘대전 은행동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이 이정학과의 공동범행이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대전 은행동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은 2003년 1월 22일 대전 중구 은행동 밀라노21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4억7000여만원이 실려있던 현금수송차량이 도난당한 사건이다.

도난당한 차량은 몇 시간 뒤 사건 현장인 밀라노21에서 1.5㎞가량 떨어진 한 건물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됐지만 이미 현금은 사라진 뒤였다.

당초 이승만은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대전 은행동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은’ 자신의 단독범행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또 계획된 범죄가 아닌 우발적인 범죄인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과정에서 경찰에 이정학과의 공동범행을 자백했고 범행 수법 등 치밀한 계획범죄였던 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도 진술했다.

시간은 백 경사 피살사건이 발생하기 이전 2002년으로 돌아간다. 이정학은 1년 전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을 함께 실행한 이승만에 추석연휴를 앞두고 한차례 더 비슷한 범행을 하자고 제안한다. 이정학은 이후 백 경사를 살해 한 뒤 총기를 훔쳐 이승만에 보관을 부탁한다. 하지만 이승만은 총기를 사용한 범행은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까지 발각될 우려가 있어 거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들은 현금수송차량 탈취를 목적으로 수십여일간 함께 대전에서의 범행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이승만은 물색과정에서 이정학에 총기의 출처를 물어봤고 구체적인 범행 방식과 동선 등을 전해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현금수송차량 탈취가 목적이었던 이승만은 이정학과 함께 현금수송요원들의 차량 키를 눈으로 확인한 뒤 열쇠를 복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복사한 열쇠로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차량에 찔러보는 등 차량문이 열리는 지도 확인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렇게 차량문에 맞는 열쇠를 만들기 위해 조금씩 열쇠를 깎는 등 50여번의 실험 끝에 완성했다고 한다.

이승만은 현금수송차량에 설치된 경보기를 해제하는 법도 범행을 위해 배웠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이들은 공과대학 출신으로 기계와 공구를 만지는 것에 능통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렇게 대전 은행동 밀라노21 앞에서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한 이들은 4억원의 돈을 2억원씩 돈주머니 2개로 나눠 대전 근처에 은닉했고, 이후 다시 은닉장소에 돈을 찾으러 갔을 무렵 1개의 돈주머니는 사라져, 1억원씩 각각 나눠가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때 이정학은 사라진 2억원의 돈주머니 1개는 이승만이 빼돌렸다고도 진술했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백 경사 피살사건은 대전 현금수송차량 사건을 위한 과정이었다”면서 “이승만은 당시 상황과 범행방법 등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전 은행동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은 공소시효가 2008년 완료돼 법원으로부터 유·무죄의 판단을 받을 수 없다.

[전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