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x 동국대 캠퍼스타운] 스케일업팀이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팀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 내일의쓰임은 기업과 소비자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스테핑(Stepping)’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탄소중립을 원하는 기업에게 환경 기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기부, 탄소 배출량 및 저감량 측정, 기부 인증서 발급 등의 활동을 지원한다. 또한 자사몰을 운영하는 기업을 위해 기후대응 표식을 제공한다. 기업과 소비자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병행한다. 전시회와 팝업스토어를 통해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내일의쓰임 BM 분석 중인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우)와 내일의쓰임 조효진 대표. 출처=IT동아
[내일의쓰임 BM 분석 ‘내일 쓰지 말고 오늘 쓰게 만들라’]
오늘 비즈니스모델(BM)을 분석할 스타트업은 탄소중립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일의쓰임’이다. 사업 소개를 보면 탄소중립, 탄소상쇄, 탄소흡수 등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고 막연한 단어가 자주 나온다.
생소하고 막연한 단어가 자주 보인다. 출처=내일의쓰임
일단 친환경 기업이라는 점에 염두에 두고 사업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한마디로 정의하면 ‘기업과 소비자가 탄소중립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내일의쓰임이 선보인 스테핑 플랫폼. 출처=내일의쓰임
지구 온난화, 온실가스, 이상기후 등 다양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서, 우리는 ‘탄소중립’을 스스로 실천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서 탄소중립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 및 소비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배출하는 탄소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무 심기와 같은 ‘탄소상쇄 프로젝트’에 기부함으로써 순 배출량을 ‘0’에 맞춰 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탄소중립을 스스로 실천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출처=내 손안에 서울, 서울특별시
탄소중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기업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정량화해야 하고 ▲측정된 탄소 배출량에 따라 저감 방안과 상쇄 방안을 수립해야 하며 ▲저감 방안과 상쇄 방안을 실천해야 한다. 특히 공인된 탄소상쇄 프로젝트에 기부하고 그 실적을 인증받으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 표식을 부여한다.
탄소중립 인증 유형. 출처=인사이터스
탄소중립에 관심 있는 기업이라도 그 절차와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전문가가 내일의쓰임이다. 내일의쓰임은 기업의 탄소중립 활동 지원을 위해 탄소 배출량 분석, 개별 제품의 탄소 저감 효과 분석, 환경 기부금을 지불할 탄소상쇄 프로젝트 연결, 탄소중립 달성 결과 공식 인증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탄소 저감 솔루션 시장의 구분
탄소 저감 솔루션 시장은 크게 의무시장과 비의무시장으로 나뉜다. 의무시장은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이 무역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 초과 배출 기업의 경우 강제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내일의쓰임이 활동하고 있는 비의무시장은 기업과 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탄소를 저감하기 위한 인증, 탄소상쇄 프로젝트의 거래, 친환경 저탄소 상품의 상거래 지원방안 등이 주요 솔루션이다.
탄소 저감 솔루션 시장. 출처=인사이터스
비의무시장에서 탄소상쇄 프로젝트 연계와 인증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내일의쓰임 외에도 G사가 있다. 한국임업진흥원의 산림탄소센터에서는 자체 인증을 제공하기도 한다. 탄소 저감 솔루션 시장에서 내일의쓰임의 포지션은 차별성이 그리 부각되지 않는다. 이에 내일의쓰임이 제공하는 고객가치의 차별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G사와 비교해 보자. G사가 정확한 탄소 배출량 측정과 관리에 무게를 둔다면, 내일의쓰임은 친근하고 대중적이며, 탄소중립 활동의 마케팅적 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디지털 기반의 탄소량 측정, 보고, 검증 서비스와 자체 인증 제공 같은 부분에서는 G사가 앞선 것으로 평가되며, 내일의쓰임은 이커머스의 ‘기후대응’ 표식 제공 등 인증의 대외적 활용에 더 강점을 보인다.
내일의쓰임과 경쟁사의 고객가치 비교. 출처=인사이터스
내일의쓰임이 제공하는 스테핑 서비스는 ‘기후대응’ 표식을 상품 밑에 배치해 자사몰을 운영하는 기업이 탄소 저감 인증 제품을 고객에게 쉽게 인지시킬 수 있는 서비스다.
이커머스를 위한 내일의쓰임 스테핑 서비스. 출처=내일의쓰임
탄소 저감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소비자라면 당연히 그들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결정적 구매 요인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스테핑 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은 최고경영자의 친환경 관련 방침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존 기후서약(Amazon Climate Pledge Friendly) 표식의 경우 아마존을 이용하는 소비자라도 그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이 표식 자체가 구매율을 높인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다.
아마존 기후서약 표식. 출처=아마존
약점의 보완이 아닌 강점을 더 강하게
경쟁사와 달리 내일의쓰임이 강한 영역은 ‘마케팅 쓰임’이다. 이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스테핑 서비스는 이커머스 사업자가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는 기업임을 소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스테핑 서비스 적용 영역이 온라인 커머스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아마존은 본질적으로 채널, 마켓플레이스이다 보니 탄소상쇄 인증을 받은 상품에만 선별적으로 표식을 달아주는 역할밖에 못한다. 내일의쓰임은 한발 더 나아가 표식의 적용 범위를 상품 단위로 확장해야 한다. 온라인 판매 채널이 활성화되어도 결국 소비자가 그 제품을 사용하는 영역은 오프라인이고, 제품이 소비되는 과정 자체가 마케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탄소상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일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사례를 들어 보겠다. 악어 로고로 유명한 라코스테는 2018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 10종을 선정하고 그 동물 로고를 새긴 티셔츠를 해당 동물의 남아있는 개체 수만큼만 만들어 판매했다. 제품 가격은 동물보호 기부금 차원에서 책정되었기에 무려 180달러(약 23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한정판 구매를 위해 기꺼이 줄을 섰다. 라코스테는 해당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홍보 효과와 사회적 영향력 상승효과까지 얻었다.
라코스테의 멸종 위기 동물 관련 캠페인. 출처=라코스테
국내에서는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코오롱FNC)의 ‘노아프로젝트(NOAH Project)’를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2016년부터 진행한 노아프로젝트는 매 시즌 한 종류의 동식물을 선정해 컬렉션을 출시한다. 디자인은 협업하는 예술가와 공동작업하며, 수익금 일부는 강원도 산불피해 지역의 숲 조성 등 환경 기금으로 활용한다.
수익 일부를 숲 조성 등 환경 기금으로 활용하는 코오롱스포츠의 노아프로젝트. 출처=코오롱스포츠
제품뿐 아니라 서비스에 적용한 사례도 있다. 터키항공은 지난 2022년 8월 1일 승객이 자신의 비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를 자발적으로 상쇄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미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터키항공 이용객은 좌석을 예약할 때 경로에 따라 산출되는 연료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을 확인하고, 일부 또는 전부를 상쇄하는 산림 조성, 에너지 효율화 프로젝트에 기부할 수 있다.
터키항공 이산화탄소 미션. 출처=터키항공
지금의 스테핑 서비스가 기후대응 표식을 제품과 서비스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기후대응을 상징하는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고, 참여하는 사업자의 브랜드, 제품, 광고, 태그 등에 표기하는 방법이 있다. 나이키가 자사 지속가능성 의지를 상징하는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캠페인 로고를 표기하는 방식이 참고가 될 것이다.
나이키 지속가능성 의지를 상징하는 ‘무브 투 제로’ 로고. 출처=나이키
또한 기후대응 표식이 단순 디자인이 아닌 상징으로서의 힘을 갖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일관된 메시지를 사회에 던져야 한다. 그 메시지와 전달 방식이 기업과 소비자가 선호하는 방식이라면, 영향력을 키우는 시간을 더욱 줄일 수 있다.
‘Climate Action’ 플랫폼으로의 성장
기후대응을 영어로 표현하면 ‘Climate Response’다. 그럼에도 ‘Climate Action’이라고 표현한 것은 대단하고 거창한 목표와 전략이 아니다. 한 명의 소비자인 우리가, 작은 손가방과 티셔츠를 파는 소상공인이 모두 탄소 저감에 참여할 의지는 있다고 믿고 그들 모두가 행동에 나서도록 동기와 방법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내일의쓰임의 새로운 BM. 출처=인사이터스
위에 제시한 BM과 같이 탄소중립을 희망하는 기업에게 실질적 기후대응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성과를 채널, 서비스, 제품에 표기하고 그들의 고객과 함께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소비자가 어떤 기업이,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있는지 인지하고 선택하게 만들어야 하며, 참여에 따른 혜택을 나눠 가지도록 해야 한다.
탄소중립에 참여하는 기업과 소비자를 이어주는 꼼꼼한 서비스 라인을 구축하게 되면 내일의쓰임의 고객가치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이 차별화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지속 성장이 가능해질 것이다.
새로운 BM의 고객가치 곡선. 출처=인사이터스
기업과 소비자라는 양면시장의 고객을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내일의쓰임처럼 작은 스타트업이 이런 시대적 변화를 만들어 가는 작업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내일의쓰임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고객 참여가 기대 이하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 탄소중립의 중요성, 참여해야 하는 당위성을 인지하고 있음을 믿어보자.
또한 지금 내놓은 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이 기대 이하라면 대중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일의쓰임이 우리 모두가 탄소중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마음에 꼭 드는 방법을 찾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글 / 인사이터스컨설팅 황현철 대표 / 비즈니스모델 전문가
실전 비즈니스모델 컨설팅 전문가. 20여 간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생산, 품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수행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실체적 비즈니스모델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본격 기업 극화 소설 '비즈니스모델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정리 / 동아닷컴 IT 전문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