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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 없고 너무 친절, 광명서 15년 다녔는데”…백병원 폐원에 ‘막막’

입력 | 2023-06-22 16:29:00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백병원 정문. 백병원 폐원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News1


“그동안 많은 병원에 다녀봤지만 여기만 한 곳이 없어요. 과잉 진료 없지, 의사 선생님들 친절하지, 얼마 전 새단장을 하길래 좀 더 병원이 커지려나 싶었는데, 문을 닫는다네요. 이제 어디에다 제 몸을 맡겨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21일 오전 9시 서울백병원 1층에서 만난 윤모씨(68·여)는 “광명에서 15년째 다니고 있다”며 폐원 소식에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궂은 날씨에도 중구 유일의 대학병원답게 서울백병원 1층은 평소처럼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적막했다. 전날 발표된 ‘폐원’ 결정 탓인지 환자들의 표정은 대체로 어두웠다. 어느 병원으로 이동할지 논의 중인 환자들도 많았다. 병원 곳곳에는 ‘서울백병원 폐원 철회’라는 플래카드(펼침막)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 “여기만큼 친절한 병원 없었다”…서울백병원 폐원 소식에 막막한 시민들

서울백병원 운영 주체인 인제학원 이사회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을 결정했다. 20여 년간 지속된 적자로 인해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년간 정상화를 위해 외부 기금을 유치하고 병원 리모델링(새단장)도 진행했지만 끝내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로써 지난 1941년 백인제 외과병원으로 시작한 서울백병원은 82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백병원은 이르면 8월 말 폐원할 전망이다.

병원 폐원이 공식화되면서 환자들도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윤 씨는 “이 병원은 의사 선생님들이 너무 친절하고 꼭 필요한 치료나 검사 이외에는 절대로 안 해줄 정도로 과잉 진료가 없는 병원이다”며 “오죽하면 15년 동안 광명에서 여기까지 찾아오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여기만 오면 친정집에 온 것같이 마음이 편해졌는데, 문을 닫는다니 정말 섭섭하고 안타깝다”며 “이제 어느 병원으로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백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들은 더 막막하다. 병원 측에서는 다른 병원으로의 이동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믿고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번거로운 절차도 마음에 걸린다.

서울백병원 입원환자 임모씨(60대·남)는 “친절한 의사선생님들이 많아 계속 운영하길 원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중앙대 병원, 제일병원에 더해 서울백병원까지 갈수록 서울 중심에 있는 병원이 없어지고 있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의 가족인 60대 윤모씨(여)는 “아직 어느 병원으로 옮길지 결정도 못했다”며 “주변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다들 막막하다는 반응”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 서울백병원만 바라보던 인근 약국 ‘직격탄’…“거의 모든 고객이 백병원 환자”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외벽에 폐원을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News1

서울백병원의 폐원 결정으로 인근 상인들의 근심도 깊어졌다.

특히 병원 인근 약국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백병원 주변엔 총 5개의 약국이 있는데, 병원 외래 환자들이 주된 고객이다. 이날도 약을 타기 위해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뛰어가는 환자들이 많았다.

서울백병원 정문 앞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A씨는 “주변에 치과 등 의원들이 있긴 하나, 거의 모든 손님은 서울백병원에서 나온다고 보면 된다”며 “곧 있으면 병원이 문을 닫는다는데, 약국 운영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토로했다.

한편 서울백병원 폐쇄 결정으로 도심 지역의 의료 공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도심 내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병원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면 백병원 부지가 매각되더라도 ‘의료시설’만 들어설 수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