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1 뉴스1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기성씨가 남욱 변호사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시장 선거를 위한 자금 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이씨의 진술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병구)는 22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 공판에서 분양대행업체 ‘더감’ 대표를 맡아 위례·대장동 사업에 관여한 이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의 요청으로 2014~15년 42억5000여만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이 자금이 남 변호사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거쳐 김 전 부원장,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시장 선거에 돈이 많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남 변호사에게서 들었냐”고 묻자 이씨는 “그렇다”고 답하면서 “초기 자금이 모두 그쪽(선거)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여러 부대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 변호사에 건넨 자금의 구체적 용처를 두고는 “들은 바 없다”고 대답했다. 당시에는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존재를 몰랐다고도 말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6.8 뉴스1
이씨는 “김 전 부원장의 이야기는 그 뒤로도 듣지 못했다”며 “정 전 실장은 2020년 안양 박달동 프로젝트를 하면서 (남 변호사가) ‘진상이 형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해 처음 들었다”고 대답했다.
남 변호사가 “동규형 쪽 우산 안에 들어가 이제 편이 갈라지는 것”이라고 이씨에게 말한 내용도 담겼다. 이 대표 측을 뜻하는 ‘우산’에 이씨가 들어와 ‘한 배를 탔다’는 의미다.
이씨는 “(반대편은) 김만배쪽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초기 대장동 사업에 함께 참여한 남 변호사와 김씨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관계가 틀어졌다.
이에 녹취록에는 남 변호사가 “문제가 되면 만배한테 던지고 (이재명) 지사가 기스(흠)나면 안 된다”고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대장동 리스크’를 김씨에게 넘겨 이 대표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씨는 앞서 남 변호사와 김씨의 대장동 비리 폭로에 대비해 유 전 본부장이 양측을 중재하려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남욱을 설득하려 했다고 남욱이 저한테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2021년 11월 검찰 조사 당시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궁금해서 두세 번 남욱한테 물었는데 그때마다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진술했고 지난해 4월 대장동 배임 혐의 재판에서도 “(남 변호사가) 저한테 용처를 말해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증언했다.
이를 두고 이씨는 “처음에 정말 겁을 많이 먹었다”며 “괜히 큰 사건에 엮일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면 가급적 모른다는 쪽으로 답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이에 “2020년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검찰에서 처음 조사받을 때 선거자금 이야기를 왜 하나도 안 했느냐고 변호인이 묻고 있다”며 “기억이 나면 답하고 나지 않으면 저희가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 변호사에게 수십억 원을 건넨 후 2020년 돈을 돌려받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냈다. 여기에 ‘선거자금 명목으로 제공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처럼 2020년 ‘선거자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도 2021~2022년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느냐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재판부는 이날 이씨의 자금 전달에 기초해 남 변호사를 비롯한 대장동 일당에 자금이 넘어갔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내달 6일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6호 소유주 조우형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