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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데이터로 낙찰가 예측 AI 개발”…40주년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 인터뷰

입력 | 2023-06-22 17:38:00


“40년 동안 쌓인 경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정 낙찰가를 알려주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쉽고, 안전하게 ‘경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청파동 지지옥션 본사에서 만난 강명주 지지옥션 회장(80)은 “(회사가) 경매 정보를 수집해 나열하는 업무에서 나아가 데이터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매 정보 업체 ‘맏형’ 격인 지지옥션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의 선봉장은 올해 내놓은 부동산 경매 적정가 예측 인공지능 시스템 ALG 2.0이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국내 최초로 ALG 1.0을 개발한 이후, 올해 2월에는 순수 지지옥션 기술로 2.0으로 업데이트했다.

이런 변화는 “데이터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강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지지옥션은 올해 경매 정보 업체 처음으로 데이터랩을 만들고, 데이터 전문인력만 현재 20명을 투입해 데이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강 회장은 “지지옥션은 1983년부터 정보를 유료화한 회사로 부동산 데이터를 가장 잘 아는 회사”라며 “경매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반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한다면 경쟁력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매 정보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지만 강 회장이 40년 동안 고집한 것도 있다. 바로 종이로 발간하는 경매 정보지다. 지지옥션은 198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 휴간 없이 경매 정보지 1만5000여회를 발행했다. 정보지를 내는 경매 정보 업체는 지지옥션이 유일하다. 강 회장은 “경매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창업했다”며 “지면 정보지 발행은 고객과의 약속이고, 특히 인터넷을 잘 모르는 노인들에게 정보지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기 쉽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강 회장의 생각은 정보지와 홈페이지에 연재하는 만평에도 잘 드러난다. 강 회장은 2000년부터 팔순의 나이인 현재까지 한 주도 빠짐없이 경매정보·시사 만평을 직접 그리고 있다. 만평 1200회를 엮은 책도 조만간 발간한다. 강 회장은 “만화 한 컷으로 독자와 고객에게 경매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전세사기 물건이 줄줄이 경매 시장에 나오는 것을 보고 최근 ‘내 전세금 지키키’라는 무료 강좌를 개최하기도 했다. 강 회장은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와 관련된 경매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피해자 우선매수권 부여는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최근 시장에 뛰어드는 20, 30대에 대해 “부동산 경매는 큰돈을 잃을 수 있다는 걸 반드시 알아야 한다”며 “막연히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말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