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산업2부 차장
언젠가부터 인도를 걷다 멈추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걸을 때는 신경이 여간 곤두서는 것이 아니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오토바이 때문이다. 주택가 인도에서도 태연히 운행하거나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가는 오토바이 때문에 길 가편에 아이들을 붙들고 서 있을 때마다 불쾌함과 의문이 동시에 든다. 멈추고 조심해야 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오토바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그보다 애당초 오토바이가 왜 인도로 올라와 있는가.
오토바이가 인도 위를 운행하거나 횡단보도를 가로지르는 것. 모두 불법이지만 어느새 너무 익숙한 풍경이 됐다. 팬데믹 시대 배달문화와 퀵커머스가 특수를 누리면서 가장 신속하게 배달할 수 있는 오토바이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부터 배달라이더 종사자가 40만 명을 넘겼다. 한 해 전인 2020년만 해도 배달 라이더 인력에 대한 공식통계 자체가 없었다. 배달 라이더는 플랫폼노동 종사자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10만 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게 전부였다.
이륜차 운행이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관련 교통사고 건수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배달 시간에 쫓겨 무리한 운행을 하다 보니 오토바이가 도로 위 무법자가 돼 버린 것이다.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는 2017년 1만4000건이었지만 5년 만에 1만8600건으로 32%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상자 수는 1만7000명에서 2만4000명으로 41% 늘었다.
특히 인도를 침범하는 오토바이가 급증하는 건 문제적 현상이다. 2021년 이륜차 보도통행 적발은 2만522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70%나 늘었다. ‘그래도 된다’ 는 안이한 인식이나 체념이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에게 자리잡기 시작해서가 아닌지 우려스러운 수치다.
교통문화는 한 사회가 우선시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편의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보행권과 안전권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제도화해 나가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자동차 도심 주행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규정한 것이나 미국 뉴욕시가 잦은 사고의 원인이 된 배달용 전기자전거 속도를 시속 20km 이하로 제한한 것은 보행권을 당장의 편의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의 도로문화는 이미 사람보다 차가 편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여기에 팬데믹이 남긴 이륜차 주행문화 때문에 인도에서도 안전을 위협받는 지경이 됐다. 문화란 건 한번 자리 잡으면 바꾸기 어려워진다. 인도 위로 올라온 이륜차는 이제라도 단호한 조치로 바로잡아야 한다.
박선희 산업2부 차장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