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세일즈 외교]삼성, 휴대전화-TV 공장 집결 베트남 수출의 20% ‘국민기업’… 현대차-LG-롯데-GS 등 진출 러시 전세계 공급망 재편 가속화 속… 美-유럽-日도 베트남 투자 경쟁
베트남 호찌민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조성한 '삼성전자 호찌민 가전복합법인(SEHC)'.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016년 사이공하이테크파크(SHTP)에 조성한 호찌민 생산법인은 부지 면적 94만 ㎡(약 28만4000평)에 고용 규모가 5000여 명에 달한다. 163개 SHTP 입주 기업 중 최대 규모로 꼽힌다. 같은 SHTP에 자리 잡은 미국 인텔의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은 45만 ㎡(약 13만7000평)에 종업원 수가 2800여 명 규모다.
출근길에 만난 삼성전자 현지 직원 김흐우호앙 씨(36)는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서기 전만 해도 호찌민에선 인텔이 최고 기업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삼성이 채용도 더 많이 하고 TV, 냉장고 등 가전 제품이 일상에 자리잡으며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가 베트남 수출의 20% 차지
삼성전자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기업들도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다. 미중 갈등으로 전 세계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베트남이 아시아의 제조기지로 부상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8년 30.2%에서 지난해 11.7%로 18.5%포인트 빠진 반면 같은 기간 베트남이 2.5%에서 9.8%로 7.3%포인트 늘었다. 올해 초 인텔이 베트남에 최소 10억 달러 이상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나왔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주재 일본 기업 10곳 중 6곳은 1∼2년 내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트남은 인구수 1억 명에 평균 연령 32.5세의 젊은 인구구조, 강한 학구열과 성취욕으로 질 좋은 노동력이 풍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고 동남아 국가들과 경쟁을 벌이는 지정학적 특징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베트남은 노동 경쟁력에 더해 그동안 쌓은 인프라 덕에 기업들이 제조 공급망을 구축하기 유리한 환경”이라며 “무엇보다 정부가 ‘탈중국’ 기업들을 노리고 유리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며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 자동차, 대형마트 등 베트남 시장 자리 잡아
베트남 경제 수도 호찌민에서 가장 큰 마트는 한국의 롯데마트다. 3층 높이에 영업 면적 2만2300㎡(약 6800평) 규모의 롯데마트 남사이공점은 오후 9시 장 보러 나온 현지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매장 안에 들어가면 진로 소주, 비비고 만두, 농심 신라면, 오리온 초코파이 등 익숙한 한국 상품들이 전면에 진열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국 식품이 큰 인기를 끌어 별도 ‘KOREAN ZONE’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2020∼2021년을 제외하면 15년 동안 매년 10%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GS25 편의점은 2018년 처음 진출한 뒤 지난해 말 211개로 매장을 확대해 서클케이와 함께 톱2 편의점이 됐다. 또 현지 삼성페이 결제 가맹점도 갈수록 늘고 있어 ‘한국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일본 도요타에 빼앗겼던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올 5월 말 현재 재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LG의 경우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법인이 있는 ‘하이퐁 클러스터’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세트 및 부품 생산액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 간 무역수지(흑자)는 342억3900만 달러로 베트남이 처음으로 한국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으로 떠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내수 시장이 큰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이해관계가 충돌하더라도 신뢰가 깨지기보단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호치민=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