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주도 ‘코어패션’ 인기몰이 뮤직비디오 입고 나와 SNS서 확산 아이템 따라 바비코어 등으로 확장 “특정 아이템 통한 패션… 모방 쉬워”
K팝 아이돌이 주도하는 ‘코어패션’(발레복, 축구복 등 비일상적 옷을 활용한 패션)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뉴진스가 데뷔곡 ‘어텐션’ 뮤직비디오에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면서 스포츠 유니폼을 일상복과 같이 입는 패션 열풍이 분 데 이어 최근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선보인 바비 인형 스타일 패션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급부상한 건 바비 인형처럼 선명하고 화려한 분홍색을 앞세운 패션인 ‘바비코어’다. 22일 온라인 패션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한 달간 핑크 등 바비코어와 관련된 단어의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증가했다. 분홍색 가방과 신발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35%, 50% 늘었다.
바비코어의 유행을 이끈 건 걸그룹 멤버들이다. (여자) 아이들은 ‘퀸카’ 뮤직비디오에서 핫핑크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현아,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핑크색 패션을 소화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지난해 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발레복 튀튀와 비슷한 발레코어 무대 의상을 선보였다. 사진 출처 그룹 공식 SNS
레드벨벳 슬기, 르세라핌 채원이 입어 화제가 된 등산화나 캠핑용 외투를 활용한 ‘고프코어’도 인기다. 고프코어는 야외 활동을 할 때 주로 챙기는 음식인 견과류를 뜻하는 ‘고프(Gorp)’에서 따온 말이다. 인스타그램에 ‘고프코어’ 해시태그로 올라온 게시물은 22일 현재 6만2000개다. 관련 제품의 매출도 늘었다. 미국 아웃도어 신발 브랜드 ‘킨(KEEN)’은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90% 증가했다.
분홍색 원피스와 민소매 니트로 바비코어 패션을 연출한 아이브 멤버 장원영(위 첫 번째 사진). 스포츠 유니폼과 스트라이프 양말 등 블록코어 의상을 입고 가요 프로그램 무대에 선 뉴진스. 사진 출처 그룹 공식 SNS·Mnet 화면 캡처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MZ세대의 특성과 아이돌에 대한 선망이 맞물리며 아이돌이 입는 옷을 일상에서도 즐겨 입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튀는 걸 곱게 보지 않는 우리 문화의 특성상 아이돌 콘셉트를 따라 하되 평소에 입을 수 있게 무난하게 변형하는 팬들이 많다”고 했다.
코어패션이 인기를 끄는 데는 분홍색 투피스,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스포츠 양말 등 몇 가지 아이템만 있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패션 아이템이 구체적일수록 스타일을 따라 하기 수월하고, 기업은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쉬워 유행이 빠르게 확산된다”며 “팬들이 SNS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스타 패션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