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자 평균 합격률 6%일 때 기부자 가족 합격률은 40% 넘어 아시아계 차별 등 잇단 구설
동아DB
“어디 가서 하버드대 출신이라고 티내지 말길 바랍니다.”
미국 대학 졸업 시즌을 맞아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대 내에서 ‘H-폭탄(H-bomb)’을 경계하라는 학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H-폭탄’은 하버드대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이력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행위를 비꼬듯 일컫는 은어다. 지난해 말 라케시 쿠라나 하버드대 학장도 교내 신문에 “H-폭탄을 함부로 터뜨리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의 미 소수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합헌 여부를 곧 판결할 예정인 가운데 WSJ는 재판 과정에서 하버드대의 특권적 이미지가 부각되자 ‘H-폭탄 경계령’을 통해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소송 과정에서 베일에 가려 있던 하버드대의 기부자 및 동문 자녀, 고급 스포츠 특기생의 합격률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하버드대의 법원 제출 자료를 분석해 2019년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09∼2014년 평균 합격률(지원자 대비 합격자의 비율)은 6%였지만, 기부자 가족이라는 의미의 ‘학장 관심 목록’에 있는 지원자의 합격률은 42.2%에 달했다. 또 하버드대 백인 학생의 43%가 동문, 교직원, 기부자의 가족이거나 체육 특기자라는 점도 드러났다.
하버드대 합격률은 최근 2년 연속 3%대로 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내 입시 과열 양상이 심해지면서 하버드대의 특혜성 입학 기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뉴욕포스트는 21일 “소수인종 우대 정책 폐지에 이어 기부자나 동문 자녀를 선호하는 등 대학 입학 과정의 연고주의도 함께 없애야 한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