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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서 반찬 훔친 노인, 6·25 참전용사였다…“생활 어려워서”

입력 | 2023-06-23 10:41:00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80대 노인이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훔치다가 붙잡혔다. 신원 확인 결과 그는 6·25전쟁 참전 용사였다.

23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7일 절도 혐의로 80대 후반 남성 A 씨를 입건했다.

A 씨는 4월부터 한 달여간 주거지 인근 금정구의 한 소형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젓갈, 참기름, 참치캔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총 피해액은 8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마트 측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로 A 씨의 범행 장면을 포착하고 주소지를 파악해 그를 검거했다.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A씨는 6·25전쟁 참전 유공자였다.

A 씨는 경찰에 “반찬거리를 사야 하는데 당장 쓸 돈이 부족해서 물건을 훔쳤다.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진술했다.

1953년 전쟁 마지막 해에 참전했던 A 씨는 제대한 뒤 30여년간 선원 생활 등을 하며 살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자녀들이 독립하고,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에는 홀로 살면서 정부에서 주는 60여만원으로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이 경미한 데다 A 씨가 생활고를 겪는 점 등을 고려해 즉결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인데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관할 내에 거주하는 국가유공자 중 홀몸노인 15가구를 방문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리에 총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한 분 등도 있었는데 적절한 돌봄과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