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다지마 유코 지음·이소담 옮김/312쪽·1만7500원·북트리거
“조사 현장에 서면 늘 생각한다. 왜 이 고래는 죽어야만 했는가. 우리 인간의 생활이 고래의 사인(死因)에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드넓은 바다에서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거대한 고래.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되고 경외심마저 느끼게 하는 고래는 아직도 그 종류와 번식 형태가 낱낱이 밝혀지지 않은 종(種)이다.
저자는 고래가 죽어 육지로 떠밀려 오면 어디든 달려가는 해양 동물학자다. 20년 동안 2000마리가 넘는 고래를 부검했다.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고래가 육지로 올라와 잘 살다가 어째서 다시 바다로 돌아갔는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저자는 고래가 바다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진화를 거쳤는지, 어떤 문제가 생겨 폐사하고 해안가로 떠밀려 오게 됐는지 남겨진 사체를 통해 되짚어 본다.
저자는 고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재밌는 사실을 알려준다. 고래가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젖을 먹기 위한 뺨 부위의 ‘표정근’이 있기 때문이다. 고래에게도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있다. 샤넬 ‘넘버5’ 등의 향수에 사용되는 재료 ‘용연향’은 고래의 장에서 만들어지는 결석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