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 K-City 사업지 우크라이나 등 8곳 선정 2: 한국형 스마트시티 해외시장 진출 밑거름 활용 3: 아시아 중심이나 중남미, 미국 등에도 진출 4: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수천조 원 규모 성장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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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20년부터 한국형 스마트시티 ‘K-City’를 홍보하기 위해 ‘K-City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설계가 문제 해결에 한국형 스마트시티 방식을 적용하는 것인데, 올해는 우크라이나 우만 등 8개 도시가 선정됐다. 사진은 분당신도시 전경. 동아일보 DB
국토교통부는 21일 ‘2023년 K-City 네트워크 사업’(이하 ‘K-City 사업’)으로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서 신청한 8개 프로젝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0년부터 시작한 K-City 사업은 올해까지 포함하면 모두 23개 나라, 38개 도시, 41개 프로젝트에 달합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전 세계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추진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의 다양한 신도시 개발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한국형 스마트시티’인 K-City의 ‘맛’을 세계 각국에 보여줌으로써 관련 국내 기업들의 수주기회를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들은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가 수백조~수천조 원 규모에 달하는 초거대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 앤 마켓’은 세계 스마트시티 시장 규모를 2021년 4570억 달러(약 600조 원)에서 2026년 8737억 달러(약 115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도 2025년 시장 규모를 최대 1조 7000억 달러(약 2200조 원)로 전망할 정도입니다.
성장 가능성도 높습니다. 유엔 해비타트(UN-Habitat·유엔인간정주계획)의 ‘2020 세계 도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전 인류의 56.2% 수준인 도시 거주 인구가 2030년에 60.4%, 2050년에 66%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새로운 도시 건설 수요를 포함한 다양한 도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뜻입니다.
이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혁신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시티의 복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게 합니다. 또 반도체 이후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한국에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한국전쟁의 폐허를 딛고 불과 70여년 만에 신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모델의 신도시 개발 경험과 도시 건설 기술에 대한 노하우도 축적했습니다. 그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셈입니다.
● 고부가가치 신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K-City’
정부가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실증적인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 세종과 부산에 조성 중인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단지 위치도(위)와 부산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동아일보 DB
국내에서 신도시 수출에 주목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 대 중반입니다. 분당 일산 등 1기 수도권 신도시 건설로 쌓은 경험과 자금을 바탕으로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일감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입니다. 대형 건설사들이 알제리, 베트남, 이라크 등에서 신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차원에서 추진한 해외신도시 사업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토지 확보부터 주택 및 도시 인프라 조성, 주택 및 상업시설 분양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난관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국과 다른 법적 행정적 규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 결과 도시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자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기대한 수익을 밑돌거나 아예 적자를 보는 일도 잇따랐습니다.
이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고,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신도시 수출은 중요 국가사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 2010년에 접어들며 사업은 ‘한국형 신도시’에서 ‘한국형 스마트시티’로 이름이 바뀝니다. 신도시뿐만 아니라 기존 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재생시키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제사회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결과입니다. 2017년 스마트시티 관련 정책의 기본방향을 정하는 최상위 계획인 종합계획의 명칭도 ‘유비쿼터스시티(U-City)’에서 ‘스마트시티’로 수정됩니다.
2018년 7월에는 관련 사업을 주도할 공기업(‘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도 만들어졌습니다. 이어 2019년 7월 문재인 정부는 ‘스마트시티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스마트시티 활성화 방안’)이라는 종합대책을 내놓습니다. 현 정부도 지난해 6월에는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통해 KIND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5000억 원에서 2조 원으로 늘리며 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에 힘을 실었습니다. 그 중심에 K-City 사업이 있습니다.
● 전세계 23개국, 38개 도시에 진출하는 ‘K-City’
정부는 수도 이전을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에 한국형 스마트시티를 이용해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3월 촬영한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칼리만탄주 발릭파판 외곽 신수도 예정지인 ‘누산타라’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올해까지 지원대상에 이름을 올린 국가는 모두 23개 나라에 달합니다. 도시는 38개이고 프로젝트는 41개입니다. 기본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중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미국 등지에서 진행되는 사업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사업 첫해인 2020년에는 전세계 23개 나라에서 80건의 신청이 접수됐는데, 이 가운데 11개 나라, 12건의 프로젝트가 대상사업으로 선정됐습니다. 말레이시아(코타키나발루) 미얀마(달라) 베트남(메콩 델타) 인도네시아(신수도) 라오스(비엔티안) 태국(콘캔) 몽골(울란바토르) 등 아시아 7개 나라에다 러시아(볼쇼이카멘) 페루(쿠스코) 콜롬비아(보고타) 터키(가지안텝/앙카라) 등 4개 나라 5개 도시의 프로젝트입니다.
최근 나라 이름을 튀르키예로 바꾼 터키에서는 당시 6개 지자체에서 16건의 사업을 신청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고, 결국 2개 도시의 프로젝트가 지원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2021년에는 무려 39개 나라에서 111건을 신청하면서 뜨거운 경쟁을 펼쳤고, 결국 11개 나라, 11개 프로젝트가 지원대상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치열했던 경쟁만큼이나 선정된 나라들은 다양했습니다.
아시아에선 필리핀(클락) 인도네시아(신수도) 베트남(하이퐁) 우즈베키스탄(타쉬켄트) 아제르바이잔(바쿠) 등 5개 나라로 전년에 비해 조금 줄었습니다. 대신 케냐(나이로비) 볼리비아(산타크루즈) 불가리아(카잔루크) 터키(가지안텝) 미국(볼티모어) 스페인(산탄데르) 등이 지원대상이 됐습니다.
당시 세계적으로 스마트시티 관련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시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원대상 프로젝트는 국내업체가 볼티모어시청과 협력해 추진하는 것이었습니다. 분리수거 및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폐기물 데이터를 수집하고, 폐기물 배출자와 수거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실증하는 게 프로젝트의 핵심입니다.
2022년에는 스마트도시 계획수립과 스마트솔루션 해외실증사업 두 개 부문으로 나눠 공모를 진행했는데, 17개국 33개 사업이 신청해 9개국 10개 프로젝트가 지원대상으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도시계획수립 부문에서는 키르기즈(이식쿨) 몽골(준모드) 말레이시아(클랑) 방글라데시(쿨나) 아제르바이잔(장길란)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볼리비아(와르네스) 베트남(호치민) 등 8곳이 지원대상이 됐다. 이들 지역 사업들은 대부분 해당지역의 도시문제나 관광자원을 연계한 도시개발 프로젝트였습니다.
솔루션 해외실증 부문에서는 태국의 묵다한과 인도네시아의 마디운 2곳이 선정됐습니다. 두 곳에서 추진하는 스마트도시 시스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확산방안을 모색하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올해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스마트도시 개발과 관련된 기본계획 수립 등을 지원하는 계획수립형과 우리나라 기업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제품 등을 해외도시에 실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해외실증형, 두 가지로 나뉘어 지원 프로젝트가 선정됐습니다.
계획수립형은 우크라이나 우만,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집트 바드르, 아제르바이잔 아그담 등 4곳의 사업이 선정됐습니다. 이들 지역 가운데 현재 러시아와 전쟁을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우만의 경우 전후 복구를 위한 교통·인프라·주택 등 분야에 대한 스마트도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앞으로 진행될 전후복구에서 체계적인 사업추진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입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는 신수도에 들어설 스마트도시 관제센터 구축을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를 지원하여 사업성을 검증하는 사업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기업의 신수도 스마트시티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올해 해외실증형 사업으로는 방글라데시 랑푸르, 베트남 하이퐁, 튀르키예 사카리아, 인도네시아 바뉴마스 등 4건이 선정됐습니다.
● 9월에 K-City 홍보 위한 국제 엑스포 개최
정부는 우리나라가 최근 20년 간 수십 개에 달하는 신도시를 조성한 경험이 세계 스마트시티 수주경쟁에서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성남시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위례신도시 전경. 동아일보 DB
오는 9월 6~9일에는 국내 스마트기술을 홍보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네트워킹을 지원할 수 있도록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월드스마트시티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2017년부터 매년 진행하는 국제행사인데 지난해의 경우 60개 나라에서 301개 기업이 참가했고, 전세계 관련 전문가 172명이 연사로 참가했을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비즈니스 상담도 활발했습니다. 상담액만 2억3000만 달러에 달하고, 계약도 8400만 달러가량이 이뤄졌습니다.
올해 예정된 엑스포에는 스마트 도시건설과 인프라, 스마트교통, 스마트 에너지&환경, 스마트 라이프&헬스케어, 스마트경제, 스마트정부 등과 관련한 기업들의 최첨단 제품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정부가 세종 5-1생활권과 부산 에코 델타시티(EDC)에 조성 중인 ‘국가시범도시’를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시범도시관을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처럼 ‘한국형 스마트시티’ 수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우려의 시각도 있습니다. 5년 임기의 정부에서 성과가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신도시 조성은 토지 매입부터 건설, 분양에 이르는 사업 전체과정에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국내 민간기업 가운데 그런 과정을 견뎌내며 한국형 신도시라는 깃발을 세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국내처럼 활발한 신도시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는 법적, 행정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점도 걸림돌입니다.
최근 K-팝에 이어 영화와 드라마, 음식 등에 이르기까지 K-컬처가 세계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국가 경제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형 스마트시티, 즉 K-City가 후속주자로서 그 바통을 이어받기를 기대해봅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