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컨스터블,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1820년, 캔버스에 유화, 127 x 182.9 cm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에 나온 작품 모두 중요한 것이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제가 개인적으로는 영국 미술 전문가이기 때문에 영국 작가 작품에 애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존 컨스터블(1776~1837년)의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이 아무래도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라파엘로, 카라바조, 마네 등 대가를 제치고 컨스터블을 꼽은 그의 답변은 영국 미술 기관의 관리자로서 당연한 답변입니다. 그러나 컨스터블이 영국 미술 기관이 사랑하는 작가가 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음을 걸 생각하면 저에겐 인상 깊은 답변이었습니다. 그 사연을 보면 미술사가 미치는 영향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더 인기였던 작가
다니엘 가드너가 그린 존 컨스터블 초상화. 컨스터블이 20살이던 1796년에 그림.사진: 위키피디아
이 때 풍경화는 신화 속 이야기나 역사적인 사건을 담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존 컨스터블이 영향을 받았던 프랑스 화가 클로드 로랭의 ‘성 우르술라의 출항’도 종교적 테마를 담고 있습니다. 성인들의 일생을 담은 13세기 책 ‘황금전설’ 속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거든요.
클로드 로랭, ‘성 우르술라의 출항’, 1641년, 캔버스아 유화, 112.9 x 149 cm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그리고 1821년 지금은 컨스터블의 대표작이 된 ‘건초 마차’가 로얄 아카데미 연례전에 출품됩니다. 이 그림은 판매에 실패했지만, 프랑스 예술가들의 눈에 띄게 됩니다. 테오도르 제리코는 ‘건초 마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으젠 들라크루아에게 털어 놓았고, 들라크루아는 컨스터블의 색을 보고 자신의 그림을 고쳤다고 일기에 적습니다.
존 컨스터블, ‘건초 마차’, 1821년, 사진: 위키피디아
영국 미술사의 뒤늦은 인정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1837년 이전, 캔버스에 유화, 146 x 236 cm.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중요한 변화는 터너의 말년에 일어납니다. 아카데미적 회화를 그리던 그는 마지막에는 거친 바다의 파도와 공기가 일으키는 빛의 효과를 주목한, 추상화에 가까운 작품을 그립니다. 지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상파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는 시도죠. 그런데 터너의 말년 그림은 역시 영국에서는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노망난 화가의 이상한 그림 정도로 여겨졌죠.
J.M.W. 터너, 노럼 성과 해돋이, 1845년 경. 테이트 브리튼 소장.사진: 위키피디아
이런 패착을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최근 10여 년 간 영국 미술 기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부터 인상파까지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인 국립중앙박물관 ‘거장의 시선’전에서도 컨스터블과 터너 작품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죠. 라파엘 전파 작품은 존 싱어 사전트의 소품 한 점만 포함되어있습니다. 2021년 북서울미술관에서 선보인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에서도 터너와 컨스터블을 인상파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클로드 모네, ‘붓꽃’, 1914-17년 경. 캔버스에 유화, 200.7 x 149.9cm.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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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