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최고점에 韓 투자자 관심 늘었지만 엔화 가치 변화에 따른 여러 투자 리스크도 장단기 투자 배분하며 긴장 늦추지 말아야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최근 일본 주가가 버블 붕괴 후 최고점을 연거푸 경신했다. 작년과 올해 일본 시장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의 규모는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은 대규모 양적완화가 시작된 해다. 엔화 절하에 더하여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가 물밀듯 밀려들던 때다. 최근 일본 증시 열풍이 그때를 닮았다. 한국에서도 일본 주식을 사는 투자가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수년간 일부 한국 매체는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일본 경제를 조롱하는 기사를 수없이 쏟아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일본 주식 열풍이라니, 의아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거시경제지표와 별개로 지난 2년간 일본 기업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었다. 도요타와 소니는 최근 몇 년간 사상 최고 실적을 보고했다. 작년 결산에서 일본의 5대 상사는 합계 순이익이 4조 엔을 넘었는데, 이 역시 사상 최고 실적이다. 2년 전에 일본 상사에 투자한 워런 버핏은 현재 100%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중이다.
그러나 엔화가 싸다고 해서, 버핏이 일본에 투자했다고 해서 무턱대고 일본 증시에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일본 증시에 투자했다면 유의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엔화의 폭락 가능성이다. 엔화 가치는 미일 금리차에 민감하다. 전 세계가 금리를 올리는 와중에 일본은행은 양적완화를 유지했고, 이러한 정책이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만일 일본은행도 금리를 올린다면 이는 엔화 강세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약세 때 엔화 자산을 취득한 투자가에게 이득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은 과도한 국가 부채를 가지고 있는 일본 재정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그리고 금리 인상은 국채 가격의 하락을 의미한다. 일본 재정에 대한 의구심과 국채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으로 투자가들이 일본 국채를 외면하면, 국채 가격이 더욱 하락하면서 금리는 더 인상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의 금리 인상은 엔화 강세로 이어지지 않고, 엔화 자산에 대한 기피로 오히려 엔화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엔화 가치가 폭락할 때 일본은행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퍼부어 가까스로 엔화 가치를 방어했다. 엔화가 폭락할 확률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확률만큼 낮지만,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셋째, 엔화가 절상되면 일본 기업의 이익이 훼손된다. 일본 대부분의 대기업은 해외 시장이 국내 시장보다 중요하다. 엔화가 절상되면 해외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엔화 가치가 감소하고 일본 기업의 가격 경쟁력도 떨어진다. 이 경우 기업의 실적 악화를 염려한 투자가들이 투자를 축소할 위험이 있다.
넷째,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해질 가능성이 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재미를 본 상사들은 올해 실적이 작년만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쌓은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이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투자가들은 그사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 이동할 수 있다.
일본 시장의 가능성과 잠재적 위험을 모두 고려한다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발을 빼기 전에 일부 투자에 대해서는 먼저 수익을 실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만일 장기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장기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를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을 디지털 후진국이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데이터센터나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기업들에 성장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일본에 진출하는 것도 일본의 소재·장비 기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친환경과 우주 개발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기업들이 있다. 장기와 단기 투자를 적절히 배분하면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아야 일본 주식 투자에서 낭패를 면할 수 있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