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변화 필요한 한국 산업 인력확보, 규제개선 대수술 필요
김용석 산업1부장
“일본에 한국과 경쟁할 조선소가 3개나 새로 생기는 셈인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실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최근 만난 전직 경제부처 장관 A 씨는 이렇게 탄식했다. “지난해 일본이 베트남에서만 산업인력 7만 명 가까이를 자국으로 유치했다고 합니다. 조선산업에 투입되는 베트남 용접공 등이죠. 최근 여러 나라가 중국 배를 들여오기 꺼리는 분위기라 군함 제조 등 일본 조선산업이 부활할 기미를 보이고 있어요. 베트남 산업인력이 모두 조선업에 투입된다고 가정하면 일본에 새 조선소가 3개나 생기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국 조선산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3개 회사 체제로 정비됐다. 그럼에도 저가 수주 경쟁, 인력 부족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해외인력을 대거 영입하면서 조선업에 인력 수급이 되면 경쟁 기업 여러 개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셈이 된다는 해석이다. 같은 기간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인력은 1만 명에도 못 미친다. 비자 발급 절차 등에서 최근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산업 구조 재편에 대응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곳곳에 빨간불이 켜지는데 국내 산업에 대한 위기 경보는 기업들 사이에서만 맴도는 것 같아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여전히 기업을 지원하고 키워주는 데 인색하다. 투자를 독려하는 세액공제 제도는 경쟁국가에 뒤처진다. 의대로 쏠리는 인재를 기술 개발로 유도할 인센티브도 부족하고 해외 인력 유치에도 미온적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할 스타트업 성장도 미미하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선 한국 스타트업이 인공지능과 핀테크, 헬스케어 분야에서 취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핵심 인재가 부족하고 금융(핀테크), 의료(헬스케어) 등 기존 기득권이 강한 분야 규제를 혁신하기 어려운 탓이다.
정서적 거부감도 여전하다. 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시위에선 ‘최정우 회장 곤장 때리기’, ‘칼로 허수아비 코 베기’ 같은 엽기적인 퍼포먼스까지 등장했다.
서울대 공대의 석학 26명은 ‘축적의 시간’에서 한국 산업의 위기 돌파 해법으로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창조적 역량을 갖추는 축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해 큰 공감을 받았다. 창의적 경험지식 축적은 기업에 도전을 허용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속에서 피어난다. 우리는 지금 이러한 축적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아니면 기존의 반시장적인 규제와 반기업 정서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기회를 놓치는 상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