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미리 사둔 종목을 추천해 주가를 띄운 ‘주식 리딩방’(불법 유사투자자문업체)과 유튜브 운영자 6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특정 종목을 보유한 사실을 숨긴 채 리딩방 회원이나 구독자들에게 고가에 매수하라고 추천한 뒤 자신은 매도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이들 중 2명을 구속 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그제 밝혔다.
이번에 기소된 6명 중엔 ‘슈퍼개미’로 불리며 구독자 5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유명 유튜버도 있다. 이 유튜버는 5개 종목을 추천해 부당이득 58억 원을 챙겼고, 심지어 본인의 주식 거래를 숨기려고 외국인·기관 매매로 집계되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했다. 한 유료 리딩방 운영자는 작전 세력이 주가를 올리고 있다고 매수를 종용해 회원들에게 150억 원의 손실을 끼쳤고, 카카오톡에서 리딩방 20개를 동시 운영하며 28개 종목을 추천한 일당도 있다.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을 통해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리딩방이 주가 조작 세력의 온상이 된 것이다.
주가 조작은 자본시장 신뢰를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인데도 근절되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불공정거래에 대해 형사 처벌을 하려면 엄격한 입증 책임이 요구돼 기소율이 절반 수준에 불과한 데다 유죄가 입증돼도 2건 중 1건꼴로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일례로 수백 개 차명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40배 이상 끌어올리고 1100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다단계 회사 임원은 징역 6년형을 받았다. 미국에서 650억 달러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가 징역 150년형을 받은 것과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