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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텅텅 빈 글로벌 도시 빌딩… 해외부동산發 금융위기 경고음

입력 | 2023-06-24 00:00:00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은행위기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새로운 금융위기 공포가 또 밀려오고 있다. 이번에는 세계 주요 도시 오피스 빌딩들이 뇌관이다. 3년 넘게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확산된 재택근무, 기업들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상업용 빌딩 공실률이 높아지고, 자산 가치는 급락하고 있다. 이런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대출해준 금융회사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경우 세계 금융 시스템에 상당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3월 말 세계 17대 도시 가운데 뉴욕 홍콩 상하이 런던 등 10곳의 평균 공실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 뉴욕에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6개 분량의 사무실이 비어 있고, 홍콩의 랜드마크인 청콩센터도 4분의 1이 공실이다. 미국에선 이런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80%가 파산한 SVB, 시그니처은행 같은 중소형 지방은행에서 이뤄졌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 등이 최근 상업용 부동산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이유다.

문제는 이번 위기를 다른 나라 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해외 부동산에 펀드 형태로 투자한 규모가 74조 원이다. 그중 70%, 50조 원 넘는 돈이 상업용 부동산에 묶여 있다. 국민연금도 40조 원 정도를 해외 부동산에 투자해둔 상태다. 최근 한국 금융회사가 투자했거나 보유한 해외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자금 회수에 차질을 빚거나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 금융권은 아파트 건설 등에 주로 투자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라는 국내 위협 요인까지 안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PF 대출 규모는 163조 원이다. 금리와 건축비가 동시에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까지 침체돼 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대출해준 저축은행, 증권사들의 연체율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공실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구조적 변화로 촉발된 만큼 긴축이 끝나고, 경기가 살아나도 단기간에 풀리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정확한 해외 투자 실태를 파악하고, 금융회사들의 조기 회수를 독려해 국내 투자자의 피해 확대를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해외에서 시작될 상업용 부동산 쇼크가 국내 금융시장으로 옮겨붙어 PF 대출 위기 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