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아삭 씹히는 식감 인기, 최적의 환경서 자라 과즙 풍부
천안 성환 지역서 처음으로 재배… 품질 인증제 도입으로 상품성 높여
전 세계 10개국에 3261t 수출, 3년 내 5000t 목표로 홍보 강화
천안 배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품 과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을 비롯한 대만, 베트남 등 10개국에 총 3261t을 수출해 성공적인 해외시장을 형성했다. 이로써 43만3686박스가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으로 수출돼 1050만 달러(약 138억 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천안 배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천안 배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유는 풍부한 과즙과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 덕분이다. 서양의 부드럽고 수분이 많은 과일에 익숙한 외국인들도 아삭아삭한 천안 배의 식감에 매료되곤 한다.
114년 축적한 재배 기술로 품질 향상
천안 배의 재배는 1909년에 처음 시작됐다. 천안의 북쪽 지역인 성환에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 지역은 비옥한 토양과 우수한 배수 시스템, 큰 일교차를 가지고 있어 배의 성장에 이상적인 환경이었다. 또한 서해로부터 불어오는 해풍은 배의 맛을 더욱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천안은 하늘이 내려준 기후와 토양의 혜택을 받아 전국적으로 유명한 배 생산지로 발전했다. 114년에 걸친 재배의 역사와 이 기간 동안 발전해온 재배 기술, 우수한 저장력, 농민들의 수고와 노력이 천안 배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어냈다. 신고배의 재배 확대와 함께 1959년에 설립된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은 세계적인 우수한 배 생산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조합의 설립과 발전을 통해 행정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가 구축되면서 재배 기술의 발전에 기여했다. 농가에서 발전된 기술을 신속하게 수용하고 적용함으로써 재배 농법이 개선됐고 현재는 세계적으로 우수한 재배 농법을 보유하게 됐다.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은 천안 배의 생산과 품질 향상을 위한 핵심적인 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품질 인증제도의 도입은 최상품 배 생산의 원동력이 됐다. 하루에 100t, 연간 3만 t을 처리할 수 있는 농산물 산지 유통센터는 배 수출의 전진기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 중심으로 수출 확대
천안배원예농업협동조합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외로 배를 수출한 선구자였다. 1986년에는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로 미국으로 배를 수출했으며 2005년에는 수출량이 1400t에 달했다. 이후로 꾸준한 수출 증가세를 보였고, 2009년에는 2142t, 2014년에는 3039t, 2018년에는 4360t의 배를 수출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출량이 2900t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3261t의 수출량을 기록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천안 배는 꾸준한 수출 증가를 통해 국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박성규 천안배원예농협 조합장은 “해외 수출로 농가의 소득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올해 수출 4000t을 달성하고 3년 내 5000t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천안 배의 경쟁력으로 △천혜의 지리적 요건에서 재배돼 과즙이 풍부하고 △당산비가 적정해 청량감이 높고 저장력이 양호하며 △대과이면서 타원형으로 식감이 아삭아삭하며 시원한 맛 등을 꼽았다.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품종 개량에도 나섰다. 한국은 제수용으로 소비되는 배가 많고 함께 나누어 먹는 문화라 대과를 선호하지만 외국은 혼자 과일을 먹는 경우가 많아 중소과가 인기가 많고 당도가 높은 과일을 선호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신고’와 ‘화산’의 장점을 합친 ‘신화’라는 품종을 개발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박성규 조합장이 조합원에게 ‘수출안전성 및 검역’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박 조합장은 한국배수출연합㈜ 대표도 맡고 있다. 한국배수출연합은 89개 생산자단체의 3445호 농가와 76개 수출 업체가 참가하고 있다. 해외로 수출되는 배의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은 물론 유통, 가공, 판매 등 생산자단체와 수출업체의 협업적 경영을 통해 농가의 소득을 증대시키고 있다.
한국배수출연합의 지난해 수출 물량은 2만5042t, 수출액 7100만 달러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8.6%, 11.4%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수출 물량 2만6000t, 수출액 75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 위해선 정부 지원 필요”
한국 배는 풍부한 과즙과 달콤한 맛, 아삭한 식감으로 해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해외 박람회와 소비자의 선호도 조사 등이 이를 증명한다. 유럽, 중국 등 다른 국가의 배에 비해 당도도 높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의 주요 수출국은 미국, 대만, 베트남에 집중돼 있다. 이들 세 나라에 수출되는 물량이 전체 수출의 89.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과 마케팅이 요구된다.
박 조합장은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홍보 마케팅 강화가 필요하다”라며 “수출용 생산단지 조성, 품질 개선을 위한 지원 정책 도입, 청년농 육성 등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 인구의 고령화, 농자재의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해외 가격 경쟁력 약화와 중국산 배의 지속적인 도전은 넘어야 할 산이다. 동남아 등지에서 중국산 배가 한국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박 조합장은 “해외 수출 물량에 생산지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부착하고 현지 모니터링 요원도 두고 있다”며 “중국에 비해 국내산 배는 맛도 좋고 식품 안전성을 신경 쓰고 있어 경쟁력은 자신 있다”고 말한다.
우수한 품질과 아삭한 식감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명품 한국산 배가 수출로 FTA의 파고를 돌파하고 있다.
제작지원: 2023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