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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티베트 망명정부 “민주당 무지한 발언, 깊은 상처 줘”

입력 | 2023-06-25 15:15:00

아리야 체완 겔포 주일 티베트대표부 대표. (출처=주일 티베트대표부)


티베트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과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은 70년 전 일’이라는 취지 발언에 “무지하고 무책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등이 세운 티베트 행정부로 미국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13개국에 티베트대표부를 두고 있다.

일본 한국 필리핀 등을 담당하는 주일 티베트대표부는 25일 민주당 의원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동아일보 질의에 아리야 체완 갤포 주일 티베트 대표 명의로 이 같은 서한을 보내왔다.

앞서 도종환 민병덕 등 민주당 의원들은 15~18일중국 시짱자치구(西藏·티베트)을 방문한 자리에서 티베트 인권 탄압과 관련해 “1951년, 1959년 있었던 일” “70년 전 있었던 내용”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인 뒤 대한불교조계종 측이 사과를 요구하자 뒤늦게 유감을 표시했다.

티베트대표부 측은 이날 서한에서 “한국 지도자들의 무지한 발언은 티베트인과 티베트 지지자, 세계 불교계에 깊은 상처를 줬다”며 “(민주당 의원 같은) 자유세계 지도자가 중국의 선전, 선동과 억압적 통치 합리화에 이용당하는 것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티베트가 고대로부터 독립적이고 평화로운 나라였다는 점, 중국공산당이 1950년 침공해 철권 통지를 계속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중국 당국의) 인권 침해, 종교 탄압, 문화 동화는 70년 동안 계속됐다”며 “티베트인은 여전히 잔혹한 중국 정권 아래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2009년 이후 중국 탄압에 항의하고 국제 사회 관심을 끌기 위해 157명 이상이 분신했다”면서 “중국은 티베트인을 120만 명 넘게 죽이고 6000개 넘는 사원을 파괴했다. 티베트는 이제 경찰국가, 군사지역이 됐다”고 주장했다.

티베트대표부는 “한국은 자유국가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런데도) 지도자들이 티베트인 고통을 경시한다는 것을 알게 돼 유감스럽다”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티베트인 고통에 관심을 갖고 발언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티베트대표부는 공식 논평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일 티베트대표부의 서한 전문
티베트 망명정부의 동아시아 대표공관 격인 주일 티베트대표부는 25일 동아일보에 ‘티베트 인권 탄압은 70년 전 일’이라는 취지의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에 대해 의견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 다음은 서한 전문이다.



<번역문>한국 지도자들의 발언과 무지는 티베트 안팎의 티베트인들, 티베트 지지자들, 전 세계 불교계의 정서에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자유세계의 지도자들이 중국의 퍼뜨리는 선전과 티베트의 억압적인 통치를 합법화하는 데 이용당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한국의 지도자들은 티베트가 고대부터 독립적이고 평화로운 나라였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중국 공산당 하의 중국은 1950년 티베트를 침공해 철권 통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달라이 라마와 많은 티베트인들은 1959년 티베트를 탈출해 인도, 네팔, 부탄으로 피신했습니다. 망명 중인 티베트인들은 세계 지지자들의 도움을 받아 티베트의 자유와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120만 명 이상의 티베트인들을 죽이고 6000 개 이상의 수도원을 파괴했습니다. 티베트는 이제 경찰국가가 됐고 티베트 고원은 군사화된 지역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인권 침해, 종교 탄압, 문화 동화는 70년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티베트인들은 여전히 잔혹한 중국 정권 아래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2009년 이후 중국의 탄압에 항의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157명 이상이 분신했습니다.

우리는 한국 지도자들이 티베트인의 고통을 경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유감입니다. 중국과 티베트에는 정보의 자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자유 국가이기 때문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지도자들의 무지는 중국 공산당과 같은 독재 정권에 대한 오해와 지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70년 전에 일어난 일은 국익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무책임한 발언입니다. 그것은 70년 전 티베트에서 일어났습니다. 티베트인들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공산주의 정권 하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한불교조계종이 민주당 의원들의 무지하고 무책임한 발언을 규탄한 데 대해 감사하며 높이 평가합니다.

우리는 민주당 의원들이 티베트인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자신들의 발언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질 것을 요청합니다.

―아리야 체완 겔포 주일 티베트대표부 대표


<원문> The Korean leaders` comments and ignorance have deeply hurt the sentiments of Tibetans in and outside Tibet, Tibet supporters and Buddhist around the world.
It is unfortunate that the leaders of the free world are being used by China to spread Chinese propaganda and legitimize their repressive rule in Tibet.
The Korean leaders should know that Tibet has been an independent and peaceful nation since ancient times. China under the communist party leadership invaded Tibet in 1950 and forcefully continued to occupy the regions with an iron fist.
H.H. the Dalai Lama and many Tibetans escaped Tibet in 1959 and sought refuge in India, Nepal, and Bhutan. Tibetans in exile with the help of international supporters are trying their best to restore freedom and peace in Tibet.
China killed more than 1.2 million Tibetans and destroyed more than 6000 monasteries. Tibet has now become a police-state, and Tibetan Plateau has become a militarized zone. This is the reality.
Human rights violation, religious suppression, and cultural assimilation has been going on for all these 70 years. Tibetans are still suffering under the brutal Chinese regime. More than 157 people have self-immolated since 2009 to protest Chinese repressions and to draw international community`s attention.
We are sorry to know that Korean leaders should downplay the sufferings of the Tibetan people. In China and Tibet, there is no freedom of information. But South Korea is a free country, information is readily available. Ignorance of the leaders could lead to misunderstanding and supporting dictatorial regimes like the communist party of China.
Something that happened 70 years ago is of no national interest. This is a very irresponsible statement. It happened in Tibet 70 years ago. Tibetans are still not free and they are still suffering under the communist regime.
We appreciate and thank the Jogye Order of Korean Buddhism for condemning the Korean Democratic Party (DP) lawmakers` ignorant and irresponsible comment.
We request the DP lawmakers to pay attention to the sufferings of the Tibetan people and be more responsible in their comments.
―Dr. Tsewang Gyalpo Arya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