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제 책임을 다하겠다.”
1년간의 미국 연수를 마치고 24일 귀국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이제부터 여러분 곁을 떠나지 않겠다”며 이같이 귀국 일성을 밝혔다. 내년 총선을 9개월가량 앞둔 시점에 이 전 대표가 귀국하면서 야권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역할론을 둘러싼 논란도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제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 윤석열 정부에 말한다. 모든 국정을 재정립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야권의 관심은 이 대표와 경쟁했던 이 전 대표가 비명(비이재명)계의 구심점이 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당장 설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언급한 ‘책임’에 대해 “당이 위기에 처하면 당신 몸을 던져서 당을 구해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도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비판하며 ‘내가 대선 후보가 됐으면 대선에서 승리했을 것’이란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대선 패배 책임이 있는 이 대표에게 견제구를 던졌다”고 말했다.
반면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당내 정치적 위치가 전무한 상황에서 억지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25일 이 전 대표 귀국과 관련해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함께 합쳐야 한다”고만 했다. 이 대표는 전날 이 전 대표에게 저 전화를 걸어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측은 구체적인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미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된 상황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이 대표 체제 아래서 성급히 메시지를 냈다가 분란만 일으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