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8차 전원회의에 참가한 김정은이 특정 안건에 대해 손을 들어 찬성하고 있다. 얼굴은 퉁퉁 부어있고, 볼에는 큰 뾰루지가 났고, 심기는 불편해 보인다. 동아일보DB
주성하 기자
이쯤 되면 회의장 분위기는 안 봐도 뻔하다. 참석자들은 숨소리도 못 내고 있었을 것이다. 군인들이 무책임하다고 추궁당한 간부들을 끌고 나갔을지도 모른다. 이번 실패는 그냥 폭발로 끝난 것도 아니고 2단 로켓을 한국에 헌납한 치욕스러운 실패이기도 하다.
이건 담당자들의 충성심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무책임해서도 아니다. 정찰위성 발사가 실패할 줄은 서울에 앉아있는 나도 예측할 수 있었다. 지난달 15일 칼럼에서 “흑연전극 하나 못 만들면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정찰위성을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냐”며 “과학기술 분야를 시간을 정한 내기처럼 호언장담하며 접근하는 태도에 한숨이 나온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은 때려죽여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는 교훈을 배우길 바란다”고 썼다.
정찰위성은 지금까지 북한이 시도한 과학기술적 도전 중에서 가장 고난도에 속한다. 정확한 고도에서 정확한 힘과 각도로 위성을 분리시켜야 하는 위성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더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반도체 강대국인 한국도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12년 3개월이 걸렸다. 지난달 성공한 국산 발사체 누리호를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300개가 넘는 내로라하는 기업이 참가했다. 자동차 한 대에 부품이 2만 개 들어가고, 항공기 한 대에 부품이 20만 개가 들어간다. 누리호에는 무려 37만 개가 들어갔다. 한국은 세계적인 현대차도 있고, 세계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도 개발한 나라이지만 위성 발사 로켓은 지난달에 완성시켰다. 여러 차례 발사체 엔진이 폭발했고, 엔진 설계만 20번 넘게 바꾸었고, 엔진 연소 실험은 184번이나 거쳤다.
북한은 승용차도 자체로 만들지 못하고, 항공기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엔진 연소 실험을 어쩌다 한 것을 신문에 대서특필하며 자랑하는 북한이 위성을 단번에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실무자들을 처벌하니 참 황당하다.
북한은 위성을 이른 시일 안에 재발사한다고 밝혔지만, 성공 가능성이 이번이라고 더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간부들을 거듭 처벌하고, 없는 외화를 탕진해 넣어봐야 자존심만 점점 더 구겨질 것이다. 위성은 북한이 호언장담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정찰위성 실패를 통해 북한이 무엇보다 배워야 할 것은 하겠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교훈이다. 역사를 훑어보고, 주변을 둘러봐도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남 탓만 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