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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에 손해배상금 690억 원과 소송비용 지연이자 등을 포함해 모두 1400억 원을 지급하라는 국제중재판정을 수용할지 아니면 불복할지 장고에 들어갔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론스타 관련 국제중재판정이 내려졌을 때는 즉각 불복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론스타 판정에 대해서도 아직 공식 불복 절차를 밟은 것은 아니지만 법무부가 두 판정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크다.
엘리엇 관련 사건을 담당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판정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 과정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배상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현재 우리 정부를 대표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사 시절 이들을 기소한 책임자였다는 사실이 중재판정에 불복하는 데에 논리적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엘리엇 관련 판정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구상권 운운하고 있다. 이것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의문인 데다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면 혈세로 1400억 원을 지불해야 하고 또 다른 사모펀드인 메이슨캐피탈 등에도 혈세가 투입될 판이다. 불복이 능사는 아니다. 불복해서 지면 소송비용과 지연이자만 늘어날 뿐이고 이긴다 해도 새로 중재 절차를 밟을 뿐 배상금을 깎을 수는 없다. 불복은 신중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사냥꾼들이 쉽게 보는 나라가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