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종결” 분위기 확산 5대銀, 이달 대출 6000억 넘게 늘어 1분기 주담대 연체율은 1.5배 뛰어 금융시스템 불안 위기감 고조
올 들어 연체율이 치솟으며 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다시 불어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가계대출이 6000억 원 이상 늘어나며 두 달 연속 오름세인 데다 증가 폭도 더 커졌다. 빚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금융시스템 불안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대출별로는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달 말 509조6762억 원에서 22일 510조1596억 원으로 약 4800억 원 증가했다. 이 기간 신용대출 잔액도 109조6731억 원에서 109조7766억 원으로 1000억 원가량 불었다. 쪼그라들던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늘어난 건 8개월 만에 처음이다.
가계대출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한국은행의 3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인상 레이스가 사실상 종결됐다고 확신하는 분위기가 시장에 팽배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고금리 공포는 가라앉고 부동산,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이 점차 기지개를 켜며 자금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국내에서는 연체율 증가세가 심상치 않아 때 이른 가계 빚 오름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83%로 1년 전 같은 기간(0.56%)보다 0.27%포인트 뛰었다. 이 기간 주담대 연체율은 0.20%에서 0.31%로 1.5배 넘게 급증했다.
한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48.1로 직전 분기(46.0)보다 올랐다. 2021년 2분기(4∼6월) 이후 7개 분기 만에 다시 상승세로 접어든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올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다시 늘면서 금융 불균형 축소가 제약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출을 포함한 기업대출도 올 1월 이후 6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2일 현재 731조5866억 원으로 5월 말(726조9887억 원)보다 4조6000억 원가량 늘었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은 1조2073억 원, 대기업 대출은 3조3906억 원 각각 뛰었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현재의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는 신용 리스크를 과소 반영할 수 있다”며 “은행은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과 잠재 신용손실 현실화 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과 자본금 적립을 늘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