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첫 현장 女임원 이화정씨 ‘미래형 조선소 프로젝트’ 진두지휘 “디지털-자동화로 빠르게 업무 숙련 여성 등 유입 늘면 인력난 해결 기여”
19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이화정 디지털전환(DT) 혁신담당 상무가 태블릿PC를 활용해 디지털 조선소 ‘트윈 포스’를 시연해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조선소 현장에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 저 같은 여성 현장 인력은 더 늘어날 겁니다.”
19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만난 이화정 디지털전환(DT) 혁신담당 상무(50)는 국내 주요 조선소 현장 최초의 여성 임원 타이틀을 단 소감을 담담하게 밝혔다. 이 상무는 “조선소의 유일한 여성 임원이기 때문에 쏟아지는 기대와 관심을 잘 알고 있다”면서 “제가 맡은 디지털 혁신을 완성하기 위해 재미있게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지난해 12월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임원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HD현대 조선 계열사 3사인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을 통틀어 최초로 탄생한 조선소 현장의 여성 임원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3사 임원 155명 중 유일한 여성 임원이다.
이 상무는 인터뷰 내내 ‘트윈 포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3차원(3D)으로 구현된 트윈 포스에는 골리앗 크레인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건조 중인 모든 배의 블록 단위 작업까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한 직원이 “이 상무 지분이 95%는 되는 것 같다”고 하자 이 상무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디지털 혁신 덕분에 (조선소 현장에서) 임원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조선업은 고강도 업무가 많아 여성 근로자 수가 적은 업종으로 꼽혀왔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의 도입으로 여성의 활약이 늘어나게 됐다. 이 상무는 “미래형 조선소는 디지털, 자동화된 작업이 늘어나면서 신입이나 저숙련자의 숙련도가 빠르게 올라가는 강점이 있다”고 했다. 과거에는 숙련공들이 신입 직원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을 데리고 다니며 도제식으로 노하우를 전수했지만 이제는 카메라와 디지털 작업 지시서를 활용해 표준화된 프로세스에 따라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상무는 “여성, 저숙련자, 외국인 등의 유입이 늘어나면 조선업 인력 부족의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상무는 최근 디지털 업무 관련 인력 채용 공고를 냈는데, 지원자의 50%가 여성이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정보통신기술이 많이 사용되면서 이제 여성들도 조선소 현장을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 같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상무는 “임원이 된 후 주변에서 ‘롤모델’이라고 응원해줘 책임감을 느낀다”며 “후배 여성들도 조선소에서 활약할 공간을 만들어 주겠다”며 밝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