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정전 70년, 참전국대사 인터뷰]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 당시 총리 “멀지만 파병은 의무” 의지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 위해 참전”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가진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올해 수교 140주년인 한국과 영국은 유구한 역사와 밝은 미래를 함께 고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6·25전쟁은 더 이상 잊혀질 수 없는 전쟁입니다.”
22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만난 콜린 크룩스 영국대사(54)는 정전 70주년을 앞두고 최근 영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6·25전쟁 기념사업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영국 수도 런던 템스강과 국방부 건물 중간에는 2014년 한국 정부가 선물한 6·25전쟁 기념비가 서 있다. 다음 달 런던 왕실 근위기병대 연병장 호스가드광장에서 참전용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하는 정전 70주년 행사가 열린다.
한때 영국에서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으로 인식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 승리했지만 전쟁 피해는 여전했음에도 영국 정부는 파병을 결정했다. 클레멘트 애틀리 당시 총리는 한국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내각 반대파에 “멀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병은) 의무”라며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1953년 정전 이후 귀국한 참전용사들은 경제 위기 등 불안정한 국내 상황과 마주했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에 부임하기 직전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평양에서도 대사로 일했다. 세계 외교관 가운데 한국과 북한에서 모두 대사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북한 국경 폐쇄 직전) 북한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영국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했다.
서울과 평양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크룩스 대사는 “서울은 자유롭고 활기찬 반면 평양은 엄격하고 규율 잡힌 모습”이라며 “오랜 분단에도 양쪽은 유머, 가족에 대한 사랑 같은 일정 부분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6·25전쟁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8만1084명을 파병해 1106명이 전사했다. 현재 영국에는 6·25전쟁 참전용사 600∼700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