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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저소득층 모두 학원비>식비… 사교육에 등골 휜다

입력 | 2023-06-26 03:00:00

통계청, 13~18세 자녀 둔 가구 조사
상위 20% 가구 학원비 月 114만원
식비-주거비 합한 117만원에 육박
성적 높을수록 사교육비 더 지출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학원비 지출 비중이 커지면서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시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이모 씨(49)는 지난달 두 자녀의 학원비로만 270만 원을 썼다. 고등학생인 첫째에게 170만 원, 중학생인 둘째에게 100만 원이 들어갔다. 교육비를 제외한 이 씨 가정의 한 달 생활비(약 250만 원)보다 많다. 이 씨는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학원비가 10∼20% 올랐다”며 “남편 월급만으로는 학원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최근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했다”고 말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중고생 자녀를 둔 가정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식비나 주거비보다 학원비 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떨어졌지만 학원비는 오르면서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25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가계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가운데 중·고등학생(만 13∼18세)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 소비지출은 114만3000원이었다. 이 기간 해당 가구의 월평균 식료품·비주류 음료(식비) 지출은 63만6000원, 주거·수도·광열비(주거비) 지출은 53만9000원이었다. 가족 전체의 한 달 식비와 주거비를 합친 금액에 육박할 만큼을 자녀 학원비에 쏟아부은 것이다.

전체 소비에서 식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도 식비 혹은 주거비보다 더 많은 돈을 학원비에 썼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올 1분기 학원비 지출은 48만2000원으로 식비(48만1000원)나 주거비(35만6000원)보다 많았다.

사교육비 부담은 최근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올 1분기 ‘학원 및 보습 교육’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2% 상승했다. 이는 2013년 5.1% 상승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학원비 물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2021년에는 1.3∼1.8% 상승에 그쳤다. 그러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전년 대비 3.1% 증가한 뒤 2분기 연속 3%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각종 서비스 물가가 오른 가운데 엔데믹 이후 대면 수업이 늘면서 학원비도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들어간 과목은 영어였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공동 조사해 올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어 과목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23만6000원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수학 22만 원, 국어 13만7000원 등의 순이었다. 영어, 수학, 국어 3개 과목의 사교육비 지출은 전년 대비 각각 4.9%, 6.0%, 11.7% 상승했다.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더 많았다. 고교생 중 학교 성적이 상위 10% 이내인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59만 원. 이 외에 상위 11∼30% 학생은 54만5000원, 31∼60%는 47만8000원이었다. 하위 20% 학생의 사교육비는 32만3000원으로 상위 20%의 절반 수준이었다. 사교육 참여율도 상위 10%는 77.5%로 높은 반면 하위 20%는 54.0%로 낮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사교육비 지출이 월평균 59만6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밖에 경기(44만6000원), 대구(43만7000원), 세종(41만8000원) 등이 뒤를 이었다.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적은 지역은 전남(26만1000원)으로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세종=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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