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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최저임금 심의… 노사 이견 커 29일 시한 못지킬듯

입력 | 2023-06-26 03:00:00

노동계, 26.9% 오른 1만2210원 요구
경영계, 올해 수준 동결 주장 가능성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싸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법정시한(29일)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27일 열리는 제8차 전원회의부터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본격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최저임금 심의는 시급·월급 등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 인상률 순서대로 이뤄진다. 법정시한을 일주일 남겨둔 22일 회의에서야 내년에도 업종별 구분 적용 없이 단일 금액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결론지으면서 인상률 논의도 미뤄졌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 심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지 9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고용부 장관은 위원회에서 의결, 제출한 이듬해 최저임금을 매년 8월 5일까지 고시한다. 올해는 고용부 장관이 3월 31일 심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이달 29일이 법정시한이다.

1987년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이후 법정시한을 지킨 건 지난해를 포함해 9차례에 불과하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법정시한을 넘긴 7월 초중순에야 이듬해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관행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심의 때는 2014년 이후 8년 만에 법정시한을 지켰다.

올해는 첫 전원회의부터 파행을 빚으며 최저임금 심의가 지연됐다.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전남 광양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다가 구속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법정시한 전 두 번의 회의를 남긴 채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법정시한 준수는 불가능해졌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견해차가 어느 때보다 커서 앞으로의 심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22일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2210원을 제시했다. 올해(9620원)보다 26.9% 많은 금액이다. 한국노총,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양대 노총은 “현재 물가 폭등, 실질임금 저하가 지속되고 소득 불균형과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어 내년 최저임금은 반드시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업종별 구분 적용이 무산된 점을 고려해 ‘동결’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구속된 김 위원을 해촉하면서 근로자위원 1명을 새로 위촉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한국노총은 김 위원과 함께 농성을 벌였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추천했지만 정부는 “두 사람은 공동정범”이라며 다른 사람을 추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위원 재위촉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최저임금 심의도 지연될 수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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