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용병수장’의 36시간 반란] 용병수장 프리고진 “보급도 방해”… 우크라 침공후 줄곧 정규군과 갈등 “정규군 일부, 반란 묵인” 관측도 美, 반란 이틀전 이미 정보 입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私兵)’으로 불리던 최측근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그룹 수장은 왜 푸틴의 등에 칼을 꽂았을까. 그 배후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누적된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정규군의 해묵은 갈등이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프리고진이 정규군을 이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의 권력 다툼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국면 전환을 노리고 초유의 반란을 단행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한 바그너그룹이 불과 36시간여 만에 모스크바와 불과 200km 떨어진 옐레츠까지 손쉽게 진격한 것도 관심을 모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히틀러조차 점령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가 일개 용병조직에 뚫릴 뻔한 것이다.
● 프리고진 vs 쇼이구 ‘파워게임’
시민들과 셀카 찍는 프리고진 24일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오른쪽)이 약 36시간 만에 반란을 철회한 후 일시 점령했던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나며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AP 뉴시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임박한 지난달 프리고진은 정규군이 고의적으로 바그너그룹에 대한 보급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바그너그룹이 혈투를 벌이며 도네츠크, 바흐무트 등 주요 도시를 점령하는 성과를 냈는데도 러시아군이 이를 인정해 주기는커녕 정상적인 보급조차 방해하고 있다며 “바그너 전사들이 파리처럼 죽어간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정규군의 통제권 안에 묶어두려는 쇼이구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하며 프리고진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쇼이구 장관은 이달 10일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고, 프리고진은 다음 날 “국방부와 더 이상 계약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란이 시작된 23일에는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그룹에 대한 로켓 공격을 명령했다는 영상을 게시하고 “이 ‘인간쓰레기’는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히틀러도 못 뚫은 모스크바 코앞까지
전 세계를 제패하려 했던 히틀러조차 점령하지 못했던 모스크바 코앞까지 일개 민간 용병회사인 바그너그룹이 진격했다는 것도 많은 의문을 낳는다.푸틴 대통령과 정규군 수뇌부의 지도력이 예상보다 훨씬 약한 상태라는 분석도 나온다. 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1일부터 프리고진이 러시아군 수뇌부를 겨냥한 군사 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을 인지했다. 타국 정부가 반란 이틀 전부터 파악한 정보를 러시아군은 입수하지 못한 것이다.
TV 나와 “반역” 날세운 푸틴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긴급 대국민 연설을 갖고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향해 “등에 칼을 꽂은 반역”이라고 비판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모스크바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24일 크렘린궁 앞 ‘붉은광장’과 시내 주요 박물관 등은 모조리 폐쇄됐다. 당국은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하는 검문소를 마련하고 주민들의 통행 자제를 촉구했다. 모스크바로 향하는 일부 도로에서는 바그너그룹의 진격을 막기 위해 굴착기 등 중장비가 고의로 도로를 파헤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모스크바 당국은 시민 안전 등을 위해 월요일인 26일도 휴일로 지정하기로 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