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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가시화되는 기후위기…‘미세조류’ 활용해 새로운 미래 열어야

입력 | 2023-06-26 16:33:00

미세조류, 높은 광합성 효율로 이산화탄소 제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비료, 사료로 이용가능
광배양 미세조류 할당제로 기후위기 극복해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이 미세조류를 배양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먼 훗날 영화 속 이야기인 줄 알았던 기후위기가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얼마 전 곡창 지대인 호남 지역에 발생한 최악의 가뭄으로 저수량이 크게 감소했다. 이로 인해 농업용수와 식수 확보에 비상이 걸려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 급수를 시행하기도 했다. 날씨는 더욱 건조해져 전국적으로 산불 위험이 크게 증가하였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연안침식과 해수욕장의 모래사장 면적 감소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시민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서 폭우와 폭염 등 자연재해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인류는 말 그대로 기후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미 우리의 건강과 안전이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기후위기 극복 ‘골든타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2년 발간한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과 대비하여 2020년 기준 약 1.1도 상승했다. IPCC는 평균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구 생태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내 및 국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자연재해 소식을 접하고 있노라면 이러한 IPCC 보고서는 인류를 향한 섬뜩한 경고이자 지구종말 시나리오의 마지막 골든타임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따라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인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당장 적용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복잡한 석유화학 기반의 다양한 설비들과 운송시설 등의 가동을 당장 중단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 비용과 더불어 기술적, 정치적 이슈들이 선행적으로 해결되어야만 한다.

5월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 식수를 공급하는 카넬로 그란데 저수지의 수위가 낮아져 바닥이 갈라져 있다. 이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가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몬테비데오=뉴시스 

기후변화협약(UNFCCC)을 통해 온실가스에 대한 배출권 거래제(Emissions trading)와 탄소중립 선언 등 몇몇 국제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으나, 이러한 정책들은 산업발전을 저해하므로 여전히 단기간에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는 인류의 안락함을 위한 발전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자연의 경고를 받아들여 산업발전은 잠시 내려놓고 기후위기를 위해 노력할 것인가를 당장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녹조라떼’의 주범 미세조류에서 희망을 찾다
산업발전과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다 잡을 수는 없을까? 의외로 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 있다. 바로 미세조류다. 여름철에 녹조라떼와 적조를 일으켜 하천과 연근해 수질을 오염시키는 ‘말썽쟁이’ 미세조류가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니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세조류는 생각보다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높은 광합성 효율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능력이다.

미세조류(또는 식물플랑크톤)는 현미경으로 관찰되는 작은 크기의 광합성 생물로, 육상식물에 비해 생장이 빠르고 광합성 효율이 매우 높아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 능력이 탁월하다. 실제 논문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광배양을 통해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1kg(건중량 기준)을 생산하는 데 있어 약 1.7 kg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즉,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생산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매우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배양된 미세조류 모습.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이러한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농업용 비료, 동물의 사료 등 매우 다양한 산업적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실제 클로렐라(Chlorella)와 스피루리나(Spirulina)의 바이오매스와 미세조류 스키조키트리움(Schizocytrium) 유래의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 등은 현재 건강기능식품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미세조류에는 루테인, 베타카로틴 등의 카로테노이드 색소와 단백질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양어장 등에서는 유생을 키우거나 이매패류 등의 먹이생물로 활용할 수 있다. 육계 사료의 첨가제 등으로도 적용되고 있다.

클로렐라 종균 배양액은 유기농 생물비료로 실제 시판되어 있으며, 심지어 오폐수를 정화하는데도 활용할 수 있다. 몇몇 국가에서는 미세조류를 활용하여 2차 폐수의 잔여 인산과 질산 및 중금속 등을 처리하는데 실제 활용 중이며, 수중 오염물질의 제거효율이 상당히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미세조류 바이오매스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인류의 심각한 딜레마로 여겨지는 산업발전과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매우 잠재력 있는 생물자원임을 보여주고 있다.



탄소배출에 따른 광배양 미세조류 할당제 제안
이러한 사실들을 근거로 현재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탄소배출량에 따른 광배양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할당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제도는 생물공학이라는 과학적인 기반을 통해 실제 산업 시설 또는 지역에서 배출한 탄소량만큼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를 광배양을 통해 생산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지역(또는 국가)에서 화석연료를 통해 170kg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면 위에서 제시한 170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양만큼의 미세조류 바이오매스 100kg을 생산하여 이산화탄소를 제거하자는 것이 미세조류 할당제의 취지다. 여기에서 ‘광배양’ 미세조류라고 특별히 언급한 이유는 몇몇 미세조류의 경우 포도당(glucose) 등의 탄수화물을 이용하여 빛이 없는 암조건에서도 배양이 가능한데, 이러한 암배양의 경우 바이오매스 생산성이 20배 이상 높게 나타나지만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사활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조류 할당제를 위해서는 광배양 시설을 통한 미세조류 대량배양이 필요하며, 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곳에서는 일정 재원을 투입하여 위탁시설에서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생산된 미세조류는 정부 및 지자체 등의 시설 등에서 회수하여 분석을 통해 식품·화장품·사료·바이오연료 등의 활용 품질로 구분하고, 이를 산업계에 공급한다면 다양한 제품생산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세조류 할당제를 통해 친환경 산업 발전을 더욱 촉진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미세조류 모습.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제공

현재 한국은 이러한 미세조류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세조류 산업을 서포팅하기 위한 인프라와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일례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해양미세조류 바이오뱅크에서는 국내에서 확보한 다양한 미세조류의 동정과 특성 분석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하여 산·학·연 연구자들에게 연구목적으로 무상 분양하고 있다. 기타 여러 국가연구기관 및 산업체에서 이러한 미세조류의 분양 서비스와 대량배양 실증 시설들이 갖춰져 있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고, 바이오매스 생산성이 높은 다양한 미세조류들을 분양을 통해 대량배양 실증 시설에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으며, 정책 수립을 위한 다양한 데이터 수집 또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될 다양한 기술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점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따라서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미세조류를 활용한 기후위기 극복을 좀 더 현실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수립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세조류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글로벌 해양바이오 연구기관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해양미세조류 바이오뱅크를 2020년부터 운영하면서 산·학·연에 무상 분양하고 있다. 또한 해양바이오뱅크에 등록된 미세조류를 활용하여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소재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국가 연구 사업에 참여해 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세조류의 분자유전학적인 종 판별을 위한 신규 프라이머를 개발하고 해당 기술을 기업에 기술 이전하여 종(種) 동정용 PCR 키트 상품화에 성공했다. 또 기능성 물질인 푸코잔틴과 오메가3 지방산을 생산하는 미세조류인 오돈텔라 아우리타(Odonetella aurita)를 산업체로 기술이전 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또한, 해양바이오 원료·제형화 기술개발사업 및 국가해양생물자원 선진화사업과 같은 대형 국가연구개발 과제와 체지방 감소 원료 개발을 위한 기업공동 연구 등 다양한 미세조류 관련 연구 과제를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미세조류(microalgae) 상용화 관련 연구 사업을 수행해 오면서, 실제 기후위기 극복과 산업발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미세조류의 무한한 가능성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따라서 미세조류의 생물공학 기술을 활용한 기후위기 극복의 대책 마련은 산업발전과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대립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인류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를 위해 많은 정책결정권자 및 시민들이 미세조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주길 소망하며, 앞으로 미세조류를 활용한 다양한 기후변화 극복 정책들이 수립되길 바란다.

조기철 박사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미생물자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