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에 대해 “러시아에 전례 없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며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23년간 장기집권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실각설까지 거론되면서 이번 반란이 러시아를 비롯해 국제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할 ‘티핑 포인트’(변곡점)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 CNN 등 4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 공개적으로 표면화됐다”며 “분명한 균열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목할 대목은 러시아 내부의 누군가 푸틴의 권한과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직접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무장 반란 사태가) 어디로 갈지 추측하기 어렵다. 우리는 아직 (이번 사태의) 마지막 장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반란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 등 서방에서 논의되던 ‘포스트 푸틴’ 체제에 대한 대응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미국은 푸틴 정권 붕괴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모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되레 권력 강화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에드워드 맥휘니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는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 기고를 통해 “푸틴은 정치력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고,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국면 전환을 위해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화하거나 군 수뇌부를 대거 문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