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롤터 해협 요트 경기 중 범고래떼 방향타 충돌 지난 2년간 범고래 선박과 충돌 건수 4배 증가 유럽 북부 해안서도 발생…범고래간 교류 가능성도
유럽 인근에서 범고래가 자발적으로 선박으로 다가와 부딪히는 사건이 최근 여러 번 발생해 연구자들이 원인 분석에 나섰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abc는 세계 일주 요트 대회인 ‘디오션레이스’ 마지막 구간인 지브롤터 해협에서 2개 요트팀이 범고래 3마리와 마주쳤다고 전했다.
디오션레이스가 공개한 영상에는 범고래가 요트팀 ‘팀 자조’에 접근한 후 요트 옆과 밑으로 오가는 모습이 담겼다. 범고래는 운행 중인 요트의 방향타를 직접 건드리기도 했다.
비크는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돛을 내리고 배의 속도를 늦췄고, 그러자 다행히 몇 번의 충돌 후에 범고래는 사라졌다”라고 전했다. 그는 “(범고래가 충돌한 건) 정말 무서운 순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주 참가 팀인 미르푸리·트리포크 역시 당일 같은 범고래 떼와 마주쳤다고 보고했다. 디오션레이스 관계자에 따르면 두 팀 모두 부상자는 없었고 요트에도 큰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레이스 관계자는 “다행히도 오늘 레이스 중 겪은 범고래와의 만남은 짧았고, 비교적 무해한 수준이었지만 참가자들에게 두려운 일이었음은 분명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레이스는 유럽 이베리아반도 연안 북동부 대서양에서 범고래와 선박의 충돌에 대해 보고된 것 중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최근 몇 달간 범고래가 선박과 충돌하는 일이 여러 건 발생해 관련 연구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최근 범고래의 공격성 증가가 ‘화이트글라디스’라는 이름의 암컷 범고래에 의해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 어미 범고래가 선박과의 충돌로 극심한 고통을 겪어 지나가는 선박에 공격적 행동을 보였고, 사교적 동물인 범고래가 이를 모방해 공격적 행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일어난 지브롤터에서 약 3200㎞ 떨어진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 사이 바다에서도 19일 한 범고래가 배에 몇 차례 부딪힌 사고가 보고됐다. 유럽 북부 해역에서 처음 보고된 건이다.
스코틀랜드의 범고래 전문가 코너 라이언은 “범고래 사이에서 (선박과 부딪히는) ‘놀이 유행’이 자체적인 무리와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