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컴퓨터의 저장 장치는 크게 하드디스크(HDD)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두 종류로 나뉩니다. HDD는 속도는 느리지만, 데이터 안정성이 뛰어나며 가격 대비 용량이 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SSD는 HDD에 비해 데이터 안정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속도가 HDD의 수십 배에 달합니다. 근래의 컴퓨터는 모두 SSD를 단독으로 장착하거나, SSD를 주력으로 하고 HDD로 용량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서 새 저장장치를 추가하거나, 교체해야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요. 여기서 가격대비 용량이 높은 제품을 찾는다면 결국 저렴한 제품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물건도 찾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KEDROOOO님의 사연을 토대로 저장장치 해외 구매의 장단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아마존에서 4TB SSD가 169달러(약 22만 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동일한 수준의 제품이 35만 원대다. 출처=아마존
안녕하세요, 최근에 저장공간이 부족하게 되어 SSD 추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제 메인보드에 NVMe SSD를 하나 더 꽂을 수 있어서 이번에는 4TB 수준의 고용량 SSD를 구매할 생각인데 가격이 문제입니다. 국내 제품의 경우 저렴해도 30만 원을 넘는데,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169달러(약 22만 원)면 살 수 있더라구요. HDD도 16TB 제품이 169달러에 판매되고 있던데, 이런 제품은 문제가 없는 제품인가요? 구매한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해외 저장장치 핫딜, 장단점 알고 구매해야
KEDROOOO님, IT동아입니다. 저장장치를 해외구매해도 되는지를 질문하셨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알고 구매해야 합니다. 우선 가격 비교부터 해보겠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사후지원을 포함하는 4TB NVMe SSD 중 가장 저렴한 제품은 35만 8천 원대로, GB당 약 88원 정도입니다. D램을 포함한 고성능 제품의 경우 65만 원대까지는 지불해야 합니다. 반면 해외에서 ‘핫딜’로 뜬 4TB SSD의 경우 174.99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만 8천 원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와 성능마다 가격 구성은 다르지만, 국내에서 35만 원대 성능인 제품을 22만 원대에 구할 수 있지요
웨스턴디지털 블랙 SN850X NVMe SSD. 여기서 NVMe는 PCIe 기반의 SSD로, 가로 22mm, 길이 80mm의 칩셋 형태로 돼있다. 출처=웨스턴디지털
반대로 해외 제품은 새 제품이더라도, 사후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구매한 국가에 있는 서비스센터로 보내 RMA(Return Material Authorization, 반품 승인)를 받아야 합니다. RMA는 제조사로 제품을 보내 수리 혹은 교환받는 서비스를 뜻하는데,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은 당사국의 서비스 센터에 국제 택배로 제품을 보내고 받아야합니다. 아마존에서 샀다면 미국의 서비스센터로 보내는 식이죠. 만약 제품이 고장나면 배송에만 3~4주 이상이 소요되며, 수리의 경우 시간이 더 걸립니다. 게다가 국제 택배를 보내고 다시 받는 것에 대한 비용과 절차는 모두 본인이 직접 진행하고 부담합니다.
제품이 초기 불량이어서 새 제품으로 받아야 할 경우에도 몇 주 이상이 소요되며, 한국처럼 14일 이내 반품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또한 환율에 따른 가격 변동이나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도 고려해야 하지요. 미국에서 구매하는 제품은 DHL, 페덱스, UPS 등 특송업체를 통해 배송되는 조건에 한해 200달러까지 면세가 되고, 이외의 국가에서 구매하는 경우 150달러까지만 면세가 됩니다. 구체적인 관세는 관세청의 ‘해외직구물품 예상세액 조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웨스턴디지털의 RMA 신청 페이지, 본인이 직접 해당 주소로 국제 택배를 보낸 뒤 RMA 신청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출처=웨스턴디지털
결국 해외에서 판매하는 저장장치를 구매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입니다. 해외 제품이 확실히 저렴하긴 하지만, 중간에 한 번이라도 고장 나면 저렴하게 제품을 구매해서 얻은 이득보다 택배비로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해야 합니다. 또한 본인이 해외 배송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요. 그래서 해외에서 전자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초기 불량에 대한 가능성이나 수리의 필요성을 포기하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선택지입니다. 특히나 저장 장치는 저장장치가 고장났을 때 내부에 있는 데이터를 되살리고 고쳐서 주는 게 아니라, 아예 새 제품으로 바꿔주는 점도 영향을 미칩니다.
반도체 특성상 제품이 불량일 확률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우려된다면 국내에서 제품을 사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사용하는 장치의 데이터의 중요도가 높지 않다거나, 저렴하게 구매해도 괜찮다면 10만 원대에 2TB 정도 되는 SSD를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서도 특가로 판매되는 제품들이 종종 있으니 이런 제품들을 고려해보는 건 어떨까요?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