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령 전에 야외 술자리 즐기자” 24일밤 추억쌓기 시민들로 넘쳐나 수영구 “음악회 등 다양한 이벤트” 획일적 금주구역 지정에 불만도
24일 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붐비고 있다. 민락수변공원이 다음 달 1일부터 금주구역이 됨에 따라 마지막으로 야외음주를 즐기려는 방문객들이 대거 모여든 것이다. 음주를 하다가 적발될 경우 다음 달 1일부터 5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될 수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술을 즐길 수 있는 야외 명소로 계속 운영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울까요.”
24일 오후 10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근처 가게에서 포장해 온 회와 치킨 등의 음식을 돗자리 위에 놓고 술과 함께 즐기던 이모 씨(49)는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다음 주부터 이곳에서 광안대교 야경을 바라보며 술을 마실 수 없게 돼 정말 아쉽다”며 이렇게 말했다. 50m 떨어진 아파트에 사는 이 씨는 자주 가족들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이날은 ‘금주령’ 시행 전 마지막 야외 술자리를 즐기려고 친구 가족들과 함께 왔다고 했다.
민락수변공원은 이날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다. 다음 달 1일부터 2만884㎡ 규모의 민락수변공원 전역이 금주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이 씨처럼 음주가 허용되는 마지막 토요일 밤 추억을 쌓으려는 인파로 넘쳐난 것. 여름철 주말 밤에 약 1만 명이 찾는데, 이날은 이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몰린 것으로 추산됐다.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20대 안전요원은 “평소 주말 밤보다 2배 넘는 이들이 찾았다”며 “사람이 거의 없던 광안리해변 방향의 공원 오른쪽도 오늘은 꽉 찼다”고 설명했다.
금주구역 지정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이도 많았다. 주민 박모 씨(43)는 “젊은이들이 해변에 설치된 테트라포드(콘크리트 블록 형태의 방파제) 같은 위험한 곳에서 술을 마시려 하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광어와 밀치 등의 포장회를 2만∼3만 원에 판매하던 중 기자를 만난 한 40대 상인은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구입해 멋진 야경을 보면서 소주 한잔 나누는 공간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불편을 끼치는지 모르겠다”며 획일적으로 금주구역을 지정한 수영구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 상인은 “금주구역이 지정되면 근처 포장회 전문 가게 100여 곳 중 상당수가 매출 하락을 예상해 폐업을 고민하고 있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민락수변공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생선회 등을 포장해 와 광안대교 야경을 보며 술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2018년 40만8160명이 방문했던 민락수변공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도 매년 30만 명이 육박하는 인파가 찾았으며 지난해에는 89만482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수영구는 구의회에서 통과된 ‘건전한 음주문화 환경 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등을 근거로 민락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을 결정했다. 이곳에서 도를 넘은 음주가 계속되고 취객들의 고성방가와 쓰레기 투기 등으로 인근 주민이 큰 불편을 겪자 이처럼 조처한 것. 다음 달 1일부터 이곳에서 술을 마시다가 적발되면 과태료 5만 원이 부과될 수 있다. 수영구는 1일부터 보건소 직원과 금주지도원 등 단속요원이 방문객의 음주 여부를 확인한다. 또 수변공원으로 향하는 6곳의 주요 출입구에서 방문객이 술을 소지했는지 점검한다. 1차 적발 때는 음주 중단을 안내하고, 이를 무시하고 계속 술을 마시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