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여객-화물 경쟁제한 우려
아시아나 대체할 항공사 필요” 요구
‘美-에어프레미아, EU-티웨이’ 지정
EU, 8월초 심사 종료… 美 소송 여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경쟁당국의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각국에서 우려하는 경쟁 제한성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 항공사 섭외 등 시정 방안을 구체화해 가고 있지만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대체 항공사(REMEDY TAKER)로 지정하고 해외 경쟁 당국을 설득하고 있다. 앞서 미국과 EU가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신규 항공사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대한항공은 미주 노선은 에어프레미아를, 유럽 노선의 경우 티웨이항공을 아시아나항공 대체자로 낙점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유럽 노선 취항이 가능한 항공기 리스 지원 △대한항공 보유 항공기의 임대 등을 제안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보유한 A330-300으로는 EU가 경쟁제한 우려 노선으로 꼽은 인천∼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바르셀로나 노선에 취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도 통합에 따른 여객 및 화물 분야의 경쟁제한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미중 분쟁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여객 운임 및 항공 화물 운임이 대폭 오르는 걸 경험한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각종 운임 상승이 소비자 피해를 넘어 미국의 공급망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이 안 돼서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유지에 어려움이 생기면 동아시아에서는 오히려 중국 항공사들의 지배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 분야의 경쟁 제한성도 이슈다. 티웨이항공이나 에어프레미아는 화물기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EU가 대한항공에 자료를 수정, 보완하라는 지시를 계속 내리고 있다”며 “대체 항공사가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아시아나항공을 대신할 수 있는지, 승무원 훈련 및 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질문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론 티웨이항공이나 에어프레미아 등 중소 항공사들에는 통합이 새로운 기회가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단거리 노선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장거리 운영을 하기 위해 대한항공으로부터 정비 및 운영 등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얻어내고, 이것이 곧 회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