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모습. 사진=뉴시스
교육부가 수능 시험에서 이른바 ‘킬러 문항’을 배제하기로 한 데 이어 대학별 고사에서도 킬러 문항을 없애는 내용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대학별 논술과 면접에서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항을 출제했는지 점검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문제의 대학에는 불이익도 주겠다는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 열풍이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고 가계에 큰 부담이 되며 출산율까지 떨어뜨리는 망국병이 돼가고 있다는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다수가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입시 경쟁 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문제의 난이도 조절만으로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논술과 면접 같은 수시 전형에까지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대학 자율화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창의적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더 큰 대학 자율’은 정부가 출범 직후 국정과제로 제시한 교육개혁의 주요 방향이다. 대학 규제 개혁을 위해 ‘대학규제개혁국’도 신설했다. 교실 크기부터 학생 평가 방법에 이르기까지 획일적인 규제가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사립대학이 건학 이념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은 대학 자유의 기본이다. 대학 자율화를 내건 정부가 특정 문항이 공교육 범위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와 같은 구분도 모호한 기준으로 면접 문항까지 시시콜콜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대학 입시는 수많은 변수가 얽혀 있어 어느 한 곳을 건드리면 그 여파가 일파만파 커지게 돼 있다. 더 이상 덧내지 말고 사태를 수습해 올해 수능을 안정감 있게 치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출제 기조 변화가 톱뉴스로 오르는 것 자체가 수험생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