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 참변’ 파키스탄 부호 아내 남편-아들 잃은 비통한 심정 공개 “아들, 잠수정 큐브 기네스북 도전 남편은 기록 남기려 카메라 가져가”
111년 전 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보기 위해 민간 관광용 잠수정 ‘타이탄’을 탔던 파키스탄 부호 샤자다 다우드 씨(48)와 아들 술레만 다우드 씨(19) 부자(父子)가 모두 사망한 가운데 샤자다 씨의 부인이자 술레만 씨의 어머니인 독일계 크리스틴 씨가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은 비통한 심정을 공개했다. 당초 자신이 타이탄에 탑승할 예정이었지만 아들을 위해 양보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크리스틴 씨는 25일 영국 BBC와 참사 후 첫 인터뷰를 갖고 원래 자신이 잠수정에 오를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당초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전 이번 관광을 신청했지만 코로나19로 취소됐다. 최근 관광이 재개됐고 아들이 정말 가고싶어 한다는 점을 알았기에 아들에게 탑승 기회를 양보했다고 했다.
술레만 씨는 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여러 개의 정육면체가 모여 하나의 큰 정육면체를 이루고 각 면의 색깔을 같은 색깔로 맞추는 ‘루빅 큐브’ 놀이를 즐겼다. 언제 어디든 큐브를 지니고 다녔고 복잡한 큐브도 단 12초 만에 풀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크리스틴 씨는 “아들이 잠수정에서 루빅 큐브를 풀어 세계기록을 깨려고 기네스북에 사전 신청도 했다. 남편은 그런 아들을 기록하려고 카메라를 가지고 잠수정에 올랐다”고 했다. 평소 저녁 식사 후 다큐멘터리를 꼬박꼬박 챙겨볼 정도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깊었던 샤자다 씨 또한 탑승을 앞두고 성공한 기업가가 아니라 흥분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크리스틴 씨는 처음 잠수정과 통신이 끊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고 했다. 통신 두절이 96시간을 넘기자 남편과 아들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씨는 25일 집에서 남편과 아들을 위한 일종의 추모식을 열었다. 딸 알리나(17)를 잘 키우고 남편의 사업은 자신이 물려받아 운영하겠다고 했다. 또 아들을 추억하기 위해 루빅 큐브를 즐기겠다고 덧붙였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