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인뤄닝, PGA챔피언십 정상… 중국 선배 린시위와 우승 다툼 중국계 로즈 장도 공동8위 기염… 신지은, 한국선수 유일 톱10에
박세리(46·은퇴)가 미국에 진출한 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한국 선수들을 위한 무대가 됐다. LPGA투어에서 25승을 거둔 박세리의 활약을 보고 자란 박인비, 최나연, 신지애 등 일명 ‘박세리 키즈’들이 LPGA투어 주력으로 떠오른 것. 이후에도 고진영, 박성현, 김세영 등이 ‘세리 키즈’의 뒤를 이어 LPGA투어를 지배했다.
이날 미국 뉴저지주 스프링필드 밸터스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선 중국 선수들끼리 집안싸움이 벌어졌다. 치열한 경합 끝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는 LPGA투어 2년 차 신예 인뤄닝(21)이었다.
중국의 신예 인뤄닝이 26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2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챔피언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11년 전 이 대회 정상에 오른 펑산산(은퇴)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인뤄닝은 중국 선수로는 펑산산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스프링필드=AP 뉴시스
준우승은 인뤄닝에게 한 타 뒤진 사소 유카(일본·7언더파 277타)가 차지했다. 하지만 인뤄닝과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툰 선수는 같은 중국 출신의 린시위(27)였다. 마지막 18번홀(파5)을 남기고 두 선수는 7언더파로 공동 선두였다. 14번홀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린시위는 18번홀 티샷을 물에 빠뜨려 보기를 범하는 바람에 공동 3위로 미끄러졌다. 반면 인뤄닝은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두 선수는 같은 중국 출신일 뿐만 아니라 2014년 LPGA투어에 먼저 진출한 린시위의 미국 올랜도 집에 인뤄닝이 세 들어 산다. ‘세입자’ 인뤄닝이 4월 LA오픈에서 먼저 우승했을 때 ‘집주인’ 린시위는 “집세를 올릴까 생각하고 있다”고 농담을 했다.
이날 우승 후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인뤄닝은 “지금 당장 린시위의 집을 사 버릴까 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50만 달러(약 19억6000만 원)다. 인뤄닝은 자신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선수로 펑산산을 꼽으며 “그의 뒤를 따르는 게 내 골프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지며 첫 우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지만 린시위 역시 언제든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기량을 갖고 있다. 중국 투어에서 7승, 유럽 투어에서 2승을 거둔 린시위는 LPGA투어 진출 후 톱10에 20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준우승을 세 번이나 했다. 중국 광저우 출신인 펑산산과 동향인 린시위 역시 펑산산을 보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신지은이 공동 8위로 유일하게 톱10에 들었다. 김효주와 세계 랭킹 1위 고진영은 공동 20위(1언더파 283타), 디펜딩 챔피언 전인지는 공동 24위(이븐파 284타)를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