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경감 대책] 전문가들 ‘사교육 대책’ 실효성 의문 논술 킬러문항 배제엔 “자율 침해”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26일 발표한 사교육 경감 대책에 대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특별히 새로운 안이 없고, 경쟁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어 얼마나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초등 늘봄교실 및 방과후 교실 확대, EBS 지원 확대는 기존 정책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A고교 교사는 “수능 출제위원에서 교사를 늘린다 해서 수능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이상 상위권 분별을 위해 또 다른 형태의 어려운 문항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BS 지원 확대 역시 효과가 미지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던 2009년에도 EBS로 사교육을 줄이는 대책이 시행됐지만 당시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논술 등 대학별 고사와 학교 내신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겠다는 방안은 대학의 자율성 침해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A대 입학처장은 “고교 기여대학 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지금도 선행학습 영향 평가 보고서를 통해 면접이나 논술이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하고 있지는 않은지 평가하고 있다”며 “대학과 교육부의 갈등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학부모 “올 수능, 난도 올라가거나 새 유형 문제 나올까 우려”
[킬러문항 공개]
킬러문항 배제 발표뒤 “혼란스러워”
“무슨 문제 뺀다는건지 감이 안 와
학원 다녀야 따라갈 수 있을것 같아”
“지난주보다 상담 받으러 온 학부모가 늘어난 것 같아요. 무슨 문제를 빼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학원 도움을 받으러 왔어요.”
교육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사례’를 발표한 26일 오후 고1, 고3 자녀를 둔 박미영 씨(47)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찾아 이렇게 말했다. 한 대형학원 앞은 3, 4명씩 무리를 지어 입시 상담을 받으러 온 수험생과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올해 수능에서 몇몇 킬러 문항이 배제되면 오히려 전체적인 난도가 올라가거나,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등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학부모 한모 씨(48)는 “출제 경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입시 실적이 좋은 학원이 학교보다는 예상 문제집 등을 빨리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소재 한 고교 3학년 박모 군(18)은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학원을 다녀야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며 “지금 수학만 다니고 있는데 국어나 종합학원도 알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수학 교사는 “킬러 문항은 최상위권 아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포기하는 문제였지만, 준킬러 문항이 많아지면 중상위권 아이들까지 사교육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정부 대책이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교육부는 킬러 문항 사례는 공개했지만 정확한 객관적인 기준은 밝히지 못했다. 이 때문에 사교육 업계에서 이를 악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대 입학처장을 지낸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명확한 킬러 문항의 기준이 분명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 기준을 찾기 위해 수험생들은 다시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