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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는 약 복용하면 전파력 ‘0’… 걱정-좌절 마세요”

입력 | 2023-06-28 03:00:00

안진영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인터뷰
정액-모유 등 일부 체액 통해 전파, 무증상으로 10년 이상 보내기도
의심 된다면 보건소서 검사 받아야… 약물 개발 활발해 사망률 감소
20대 진단 받아도 70대까지 생존



HIV 감염 치료는 본인과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검진이 중요하다. 사진은 글로벌에서 진행하고 있는 viiv healthcare 캠페인. GSK 제공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2021년 ‘국내 HIV·AIDS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21년에 신고된 HIV(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 신규 감염인은 975명이었다. 남성이 전체의 92%를 차지했다. 누적 HIV 감염인 수는 2021년 기준 1만5196명(내국인) 정도다. 연령대별로는 20∼40대 젊은 층이 전체 환자의 대부분(81.4%)을 차지했다. 상세하게 보면 20대(36.1%), 30대(30.1%), 40대(15.2%)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단을 못 받은 사람들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여겨져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고 말했다. HIV 감염은 치료제만 잘 복용하면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하다. 안진영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HIV 감염의 치료와 예방법에 대해 상세히 들어봤다.



홍은심 기자= HIV와 AIDS(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차이는 무엇인가.

안진영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를 HIV 감염이라 한다. 치료를 받지 못하고 HIV 감염이 계속 진행돼 면역 체계가 파괴되고 그로 인한 암이나 감염 등의 질병이 나타나면 AIDS라 부른다.

홍 기자= HIV 감염 경로는 무엇인가.

안 교수= HIV는 기본적으로 체액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다. 침이나 대변, 소변 등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 정액이나 질액, 모유 등 일부 체액을 통해 전파된다. 가장 주된 전파 경로는 성관계다. 콘돔 착용과 같은 안전한 성관계를 하면 감염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다. 특히 성관계 시 상처가 나는 상황에서 감염률이 다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한 성관계가 중요하다.

홍 기자= HIV 감염 시 나타나는 증상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안 교수= 증상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감염 초기에는 발열, 몸살 기운, 장염 등 전형적인 일반 바이러스 감염과 비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HIV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는 이상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무증상기로 오랜 시간을 지내는 경우가 많고 무증상 시기에 검진을 통해 HIV 감염이 밝혀진다. 또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면역 기능이 점점 떨어져서 일반인에게서 잘 나타나지 않는 기회감염이 발생하면 감염의 원인을 찾다가 HIV 감염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

홍 기자= 무증상 상태는 얼마나 오래 유지되나.

안 교수= 감염인마다 다르지만 무증상 상태는 2∼3년부터 길게는 7∼10년 이상까지 지속될 수 있다. 한 예로 약 12년 전 HIV 감염을 확인했는데 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 후에 AIDS 상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본인이 고위험군인 경우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홍 기자= HIV 감염인의 생존율과 사망률은 어떤지 궁금하다.

안 교수= 최근에는 생존율이 많이 개선돼 20대에 진단을 받고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70대 후반까지 비감염인과 동일하게 삶을 잘 영위할 수 있다. HIV 감염인도 약을 꾸준히 잘 복용하면 바이러스가 억제돼 면역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면서 HIV 때문에 단명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복용하지 못하는 등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그로 인해 기회 감염, 기회 암 등 면역력이 떨어져 AIDS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는 기대 수명이 늘면서 HIV 감염인도 일반 인구의 사망 원인과 같이 암, 심혈관계 질환 등으로 사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홍 기자= HIV 검진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가.

안 교수= 거주지와 상관없이 가까운 보건소에서 신속 검사가 가능하다. 신속 검사는 익명, 무료로 이뤄진다. 다만 신속 검사 결과에서 정밀 검사 대상자로 안내받은 경우 정밀 혈액 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하며, 정밀 혈액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받았다면 보건소 에이즈 담당자 연락처로 전화해 상담과 지원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HIV 감염이 확진된 경우는 반드시 감염내과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아직도 신규 환자 중 면역세포가 많이 떨어져 AIDS 상태로 발견되는 비율도 상당하다. 빨리 발견해야 좋은 상태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공중보건적학적으로도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경우도 막을 수 있다.

홍 기자= HIV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안 교수= HIV 바이러스는 ‘레트로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의 일종인데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 몇 가지를 조합해 복용을 시작한다. 현재까지는 이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 치료라 할 수 있다. 약제 요법은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3개 또는 2개 성분을 단일 제제(1알)의 경구제로 하루 한 알 복용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95% 이상 복용해야 바이러스 통제가 완벽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약을 복용하지 않는 동안 바이러스 농도가 높아질 수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약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

홍 기자= 2제 요법과 3제 치료 요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두 요법 간 차이는 무엇인가.

안 교수= HIV는 치료제가 전혀 없는 질환이었다가 1980년대에 약이 개발돼 치료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치료를 해 보니 바이러스가 줄어드는 것 같다가 다시 늘어나면서 결국 실패해 1개 약제로는 되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2개 성분으로 치료를 해도 유사한 사이클을 보였다. 1990년대 들어 3개 성분으로 치료를 해 보니 약을 유지하는 한 바이러스가 억제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3제 요법이 가장 많이 쓰였다. 그러나 최근 3제 요법과 효과는 유사하지만 성분 수를 줄인 2제 요법이 출시됐고, 바이러스 통제가 잘된다는 데이터들이 나오면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홍 기자= 최신 HIV 치료제 개발 현황은 어떠한가.

안 교수= 환자 개별 건강 상태 및 질병 활성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질환이 안정돼 약만 잘 복용하면 되는 경우 3개월에 한 번씩 내원한다. 내원 시 검사를 통해 약제 부작용은 없는지, CD4 림프구 수치는 안정적인지 등을 확인한다. 현재 HIV 치료제는 매일 복용하는 경구제인데 해외에서는 한 번 맞으면 약 두 달 정도 긴 시간 동안 치료 효과가 작용하는 주사제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도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쯤 도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 기자= 일상생활에서 HIV 감염인이 스스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안 교수= 무엇보다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 특히 처음 내원했을 때 약 복용을 잘 지키지 않으면 혈중 바이러스 레벨이 억제되지 않고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교육하고 있다. 식사를 같이하는 등 일상생활은 괜찮지만 혈액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 예를 들어 면도기를 같이 사용한다거나, 혈당 체크를 위한 인슐린 니들 등에 노출될 만한 환경은 제한해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 안전한 성관계의 중요성 또한 교육하고 있다.

홍 기자= 마지막으로, HIV 감염인 및 AIDS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안 교수= HIV 감염인들이 내원하면서 걱정, 좌절감 등을 느끼고 본인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닐까, 괜찮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오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약을 잘 복용하면서 면역력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바이러스를 억제하면 잘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혈중 바이러스가 억제되면 전파력이 거의 0에 수렴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대규모 연구를 통해 많이 밝혀진 사실을 말하자면 HIV 감염자도 약을 잘 복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하면서 지낼 수 있다. HIV 감염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지만 완벽히 예방을 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 HIV 감염인 본인과 아직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빠른 검진이 중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