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하루 만에 끝나며 결국 실패했지만 이번 사태의 실질적 패배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쿠데타가 실패했을지 모르지만 분명한 패자는 푸틴 대통령이다”며 푸틴 대통령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은 지난 23일 러시아 정규군이 자신들을 향해 대규모 포격을 실시했다는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바그너그룹을 “반역자”라고 비난하던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무장 반란이 일어나는 동안 유혈사태를 피하려 의도적으로 내버려 두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지도력에 균열이 갔다는 지적을 불식시키려 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오히려 이처럼 직접 나서기보다는 방송을 통해 모습을 비친 것이 푸틴 대통령의 ‘스트롱맨’ 이미지와 대조된다며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 평가했다.
특히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1년 8월 그를 몰아내기 위한 쿠데타에 맞서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보리스 옐친 당시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과 비교된다며 푸틴 대통령이 실각할 수 있다고 봤다.
옐친 전 대통령은 당시 직접 반쿠데타 시위를 이끌며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며 쿠데타군의 탱크 위에 올라가 시민들을 향해 시위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당시 실패한 1991년 쿠데타를 통해 이번에 사태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할 수 있다”며 “프리고진의 반란은 지도부에 대한 불충(不忠)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인상을 남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내부에서도 반란을 막지 못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언론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는 방송에서 “전차들이 진격하고 있는데 왜 막지 않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해 온 극우 민족주의 정교회 언론 차르그라드도 사설을 통해 “정치적으로 기존 세력의 균형은 이미 깨졌다”며 “악명 높은 ‘크렘린 탑’이 흔들리고 있으며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며 불길한 전망을 내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