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가 공교육 강화 방안에 호응하는 입시 정책을 내놨다. 제주대는 23일 약대, 수의대 지역균형 선발 인원 가운데 3명씩을 2026학년도부터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2026학년도 두 학과의 수능 최저 없는 지역 인재 선발 비중은 현재보다 각각 30%, 33.3% 늘어나게 된다.
# 제주대만의 방법으로 공교육 강화 제시
제주대의 발표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22일 국제 바칼로레아(IB) 월드스쿨인 서귀포시 표선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교육 강화를 위해 IB가 확대돼야 한다. 적극 지원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제주대는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 선발을 일반학과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제주대가 간판 학과인 약대, 수의대의 입학 전형을 바꾼 건 IB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 프로그램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진학 위주 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구에선 이미 정착 단계에 들어갔고 서울 경기 부산 전남 등에서 IB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거나 2학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김일환 제주대 총장이 입학 전형 변경 주도
제주대가 지역 인재 입학 전형에 변화를 준 것은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도내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진학 위주의 한국 교육을 바꾸기 위해 거점 국립대인 제주대가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김일환 총장의 교육 철학에서 비롯됐다.
김 총장이 IB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것은 2022년 표선고 학생들이 수학 경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지난 5월 표선고를 방문해 IBDP(IB 고교과정)를 참관한 후 받은 느낌 때문이다. 당시 김 총장은 “학생들의 생기있는 표정을 보면서 이들이 왜 뛰어난 성적을 거뒀는지 알게 됐다”며 “IB 확대를 위해 제주대가 할 역할을 찾겠다”고 말했다. 제주대의 공교육 정상화 노력은 제주도교육청의 간섭을 받지 않는 제주대 부속 초중고에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걸 적극 검토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제주대는 IB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사범대에 ‘글로벌 교사 양성 교육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IB 교육의 성공을 위해선 교사의 역량이 필수적이다. 국립대에서 IB 교원 양성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제주대가 처음이다.
또 의대도 약대, 수의대와 같은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 전형을 통한 지역 인재 선발을 검토 중이다. 성사될 경우 도내 고교 교육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의대는 사교육 없이는 갈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인데 학교 수업만으로도 의대에 갈 수 있다면 공교육 정상화의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경될 제도는 공정 …표선 지역 학생, 학부모 안도할 듯
김 총장은 “수능 최저 없는 지역 인재 전형 확대는 IB 고교뿐만 아니라 도내 다른 고교생들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되는 제도”라면서 “대학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메시지로 초중고에서 읽혔으면 한다”고 했다.
제주대의 입학 전형 변경은 그동안 제주도교육청이 “제주대가 IB 확대에 협조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으로 동요하고 있는 표선면의 IB 학교 학생, 학부모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교육청은 “IB 프로그램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잘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지만, 제주대의 정시 전형 강행 등 비협조로 IB 교육을 받아선 대학에 가기 힘들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선 더 확대할 계획은 없다”라고 밝혀왔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